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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규제가 일자리 줄인다-英誌,서유럽 高실업률 분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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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규제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없앤다.』 각종규제와 진입장벽이 고용감소의 큰 요인이 된다는 얘기다.
英이코노미스트誌 최근호는 세계적인 경영자문회사인 매킨지社의 분석을 근거로 서유럽의 실업률이 높은데는 노동시장의 경직성 못지않게 생산시장에서의 규제가 큰 몫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유럽의 실업률은 미국의 두배로 거의 12%에 육박하고 있는실정이다.
이같은 격차는 어디서 오는가.지금까지 이에대한 가장 설득력있는 설명은 유럽의 노동시장이 미국에 비해 훨씬 경직돼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고용보고서를 통해 최저임금제,관대한 실업수당,엄격한 고용보호등이 유럽의 실업률을 높이고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매킨지는 노동시장뿐만아니라 생산시장에 대한 정부규제와진입장벽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산업구조가 달라지면 고용구조도 바뀌기 마련이다.경쟁력이 떨어진 부문의 고용이 감소하는 대신 유망한 분야에서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다.신규고용이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을 상쇄해간다는 얘기다.
그러나 과도한 정부개입과 규제는 새로운 산업이 커나갈 싹을 잘라 결국은 고용창출을 막게 된다.
80년대 미국은 서비스부문에서 전체적으로 유럽보다 훨씬 많은일자리를 만들어냈다.미국은 민간서비스부문에서 경제활동인구 1천명당 51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데 비해 서독과 프랑스는 그 3분의 1에 그쳤다.
매킨지보고서는 유럽국가들이 현재의 일자리를 지키는데 급급해 생산시장에 각종 진입장벽을 쌓아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소매업은 미국에서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원천이 되는 반면 프랑스에서는 오히려 고용이 줄고 있다.영업시간과구역제한등 갖가지 反경쟁적 관행들이 유럽전역에서 소매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는 지방정치가와 기존 소매점소유주로 구성된 위원회에 새로운 대형소매점의 개설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가하면,독일에서는 일요일영업을 금지하고 한달에 한번을 제외하고는토요일에는 오후 2시에 문을 닫아야한다는 식으로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있다.독일과 이탈리아의 엄격한 영업구역제한법 역시 새로운 소매업체의 진입에 걸림돌이다.
금융업도 마찬가지다.지난 80년대 미국에서는 전통적인 은행업쪽에서는 일자리가 많이 없어졌지만 증권이나 주택금융업쪽에서 더많은 자리가 생겼다.그러나 유럽에서는 기존의 일자리는 덜 줄었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늘리지 못함으로써 전체적으 로 고용증가는미국만 못했다.
매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TV.영화.비디오업종에서도 유럽국가들은 진입장벽에 의한 고용부진을 겪고 있다.80년대 프랑스는 영화산업을 TV와 비디오로부터 보호한다며 VCR와 비디오대여업에높은 세금을 매겼다.
또 많은 유럽국가들이 전통적인 전파방송매체를 보호하기 위해 케이블TV의 채널수를 제한하고 있다.그 결과 새로운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당연하다.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생산시장의 규제가운데 어느 것이 유럽의 高실업에 책임이 더 큰 원인인지 규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실업을 줄이자면 생산시장이든 노동시장이든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金鍾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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