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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시장 이곳을 주목하라 ② 러시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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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곰은 만화가들이 러시아를 묘사할 때 쓰는 동물이지만 주식시장에서는 경원시된다. 내리치는 곰의 앞발이 하락장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곰 때문인지 러시아에 대한 이미지도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1998년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러시아 국채는 휴지 조각이 됐고, 증시는 그해에만 85%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거의 원금 전부를 날려야 했다.

그러나 지금 곰이 동면에서 깨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펀드 이후로 러시아 펀드를 앞다퉈 추천한다. 우리CS자산운용 백경호 대표는 “내년에는 중국의 대안으로 러시아 펀드를 내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라토리엄은 과거일 뿐=러시아는 국토 면적이 1708만㎢로 세계 최대다. 천연가스·철광석 매장량은 세계 1위며, 석유 매장량은 세계 2위다. 인구도 1억4300만 명으로 세계 7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자원·노동력 등 경제성장과 발전에 필요한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98년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며 혼돈기를 맞았던 경제는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본격적인 상승세다. 경제성장률이 지난 7년간 연평균 6.5%를 웃돌았다. 언제 달러가 부족했냐 싶게 2006년 말 현재 3037억 달러를 보유해 세계 3위의 외환보유국 자리를 꿰찼다. 2001년 20%에 육박하던 소비자 물가상승률도 지난해엔 9% 수준으로 하락했다. 덕분에 국가신용등급(피치 기준)도 98년 B-에서 올해 BBB+까지 올랐다.

◆2000년 이후 증시는 12배↑=증시는 더 긍정적이다. 2001년 이후 6년 연속 플러스 상승률이다. 2000년 초 179.01에 불과하던 RTS 지수는 7일 2285.85로 치솟았다.

향후 전망도 밝다. 먼저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여전히 저평가 상태다. 러시아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8배. 한국 증시가 13배 안팎이고, 고평가 논란이 이는 중국이 25배를 웃돈다. 주가가 오르는 것에 맞춰 기업 수익이 더 가파르게 개선된 덕분이다. 세계 1위 천연가스 회사인 가스프롬을 비롯, 159억2700만 배럴에 달하는 석유 매장량을 확보한 루크오일 등 에너지·원자재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다. 2008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두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가입이 성사되면 주가가 재평가되는 계기를 갖게 된다.

그러나 에너지자원 의존형 경제 구조는 문제다. 국내총생산에서 에너지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5%를 웃돈다. 관료주의와 부정부패는 고질병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에서 163개국 중 121위를 기록했다. 특히 2008년 대선 이후 차기 권력 구도가 정착될 때까지 정치적 불안이 우려된다.

◆투자할 만한 러시아 펀드는=러시아에 투자하고 싶다면 펀드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의 닉 프라이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러시아는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 시장과의 상관관계가 낮아 분산 투자 차원에서 적합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러시아 펀드로는 ‘우리CS러시아익스플로러주식’ ‘JPM러시아주식’ ‘신한BNP봉쥬르러시아주식’ ‘KB러시아주식형’ ‘미래에셋러시아업종대표주식’이 있다. 러시아와 다른 신흥시장을 조합한 상품으로는 ‘피델리티EMEA주식형’ ‘도이치DWS프리미어프러시아주식’ ‘우리CS차이나러시아주식’ 펀드가 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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