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만 보이면 南向 아니라도 좋다-北向아파트단지 첫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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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강(江)으로 창을 내겠소」-.
북향(北向)집이라는 핸디캡보다는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관(景觀)을 중시해 북쪽에 베란다와 거실을 앉힌 파격적인 설계의 아파트단지가 서울강남에 처음 등장했다.
화제의 아파트는 송파구풍납동의 동아건설등 10개사 직장주택조합 아파트단지로 총 7개동 7백82가구(37평형)중 한강변에 접한 3개동 2백52가구가 과감히(?)북쪽을 바라보고 앉았다.
물론 주(主)베란다와 큰방.거실이 북쪽으로 배치됐 다.
91년11월 이 아파트의 착공무렵부터 한강변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망좋은 집」에 대한 붐이 일기 시작하기는 했으나 남향(南向)을 절대시하는 우리의 관습상 강남쪽에선 북향아파트를 지을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우리민족이 유달리 남향집을 중시한 까닭중 가장 큰 이유는 물론 풍수(風水)도 풍수지만 무엇보다 열(熱)관리 측면 때문이었다.지금까지 강남지역의 경우 흑석동 명수대아파트등 일부 한강변아파트단지에서 개별적으로 북쪽의 작은 창문을 대 형 전망창으로개조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북극에 가까워 1년에 절반은 어두컴컴해 아예 형광등을24시간 켜고 사는 노르웨이나,연료비 걱정을 안해도 되는 적도반대편의 호주(濠洲)같은 나라에선 무조건 경관좋은 쪽으로 집의방향을 앉히는 것이 보편화된 추세다.
풍납동 이 아파트의 경우는 이미 우리나라 사람들도 전체 생활비중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설계의 기본개념을 「향(向)보다는 전망」에 두고 과감하게 거실과 큰방.베란다등 향을 결정짓는 구조물을 북쪽 에 앉힌 것이다.또 요즘 짓는 아파트는 벽돌등 자재의 고급화로 옛날 아파트보다 열손실률이 훨씬 적다는 점도 작용했다.결국 향을 무시하고 베란다로 통하는 창에는 폭 2.5m의 초대형 페어글라스를 달아 거실에 앉으면 미사리쪽에서 한강이 유유히 굽어 흘러드는 전경이며 강 건너편 워커힐호텔과 아차산이 그림처럼 한눈에 들어오도록 한 것이다.
지난 19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 14층에 살게된 김경수(金炅洙)씨는 『처음에는 북향집이라는 것이 약간 꺼림칙했지만 입주해보니 전망이 너무 좋아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만족감을 표시했다.
북향집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아파트의 시세는 한강변 안쪽보다 약 2천만~3천만원정도 높게 형성돼 있어 남향을절대시하던 집에 대한 전통관념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李光薰기자〉 한국은 겨울의 차가운 북서풍을 피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남향집을 선호해 왔다.
그러나 가옥은 풍수적으로 보아 대지의 조건과 주변 물길의 흐름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
산이 오는 맥을 거슬러 터를 잡아서는 안되고 물이 빠져나가는곳을 향으로 삼아서도 안된다.특히 물이 들어오는 쪽은 재화(財貨)와 관련이 있다고 해서 예부터 사대부(士大夫)집들도 이를 중시했다.
근래에 지은 아파트나 주택들이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남향을 취해 실패한 경우를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이 아파트의 경우 우리의 정서상 반대방향으로 앉기는 했으나 풍수측면에선 아주 괜찮은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崔濚周 문화1부장대우.『新韓國風水』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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