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轉국회 문열릴까-부천 盜稅 政局 새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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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부천세금횡령사건이 정치권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민주당은 연일 정치공세를 펴고 있고 민자당은 『죄송하다』는 말외에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이런 문제가 터졌는데도 국회는 놀고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어쩌면 이 문제가 공전국회를 풀릴 수 있게 만들수도 있다.여권일각에서는 조기 당정개편을 점치기도 한다.
○…민자당은 되도록 부천사건이 정치문제로 비화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그저 검찰수사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눈치다.그래서 반응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논평이래 봐야『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이 고작이다.곁들여지는 것이 있다면 검찰의 철저한 수사촉구다.박범진(朴範珍)대변인은 23일 기자들의 논평요구에 『어제(22일)한 말 말고는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국제화준비를 해야하는 마당에 그런 사건에 매달릴 수 없지 않느냐는 논리를 제시한다.그러나 그게 이유일 수는없다. 이유는 간단하다.사안의 미묘성 때문이다.부천사건은 당연히 책임소재문제로 이어질 것이다.그럴경우 최형우(崔炯佑)내무장관의 거취문제와 직결된다.
민자당은 이번 문제로 야당을 국회로 끌어들일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없지 않다.문제를 따지려면 국회로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문제는 민자당도 책임이 있다.지난번 인천북구청사건때 민자당은 재발방지를 다짐했다.이런저런 대비책도 제시했다.그러나 결과는 하나도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더욱이 현정권 출범이후 저질러진 부정이 발각됐다.할말이 없는 것은 사실 당 연하다.
다만 민정계 일부에서는 이 문제를 정치문제로 끌고갔으면 하는눈치다.그들은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책임추궁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다.물론 상당부분 崔장관을 겨냥한 얘기임에 틀림없다.그때문에 조기 당정개편을 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된 다.기왕에 할것이라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야된다는 것이다.그러나 당내에 별다른 지원세력이 없다.일단은 검찰의 수사가 어느정도 진행돼야민자당의 진짜 반응이 표출될 것 같다.
○…민주당은 부천세도(稅盜)사건을 정부의 도덕성을 공격할 호재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연일 정부의 대응이 미흡함을 지적하며수사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사건에 대한 나름대로의 진단과 처방을 제시했다.이윤수(李允洙.성남 수정)의원은 『부천에 그치는 일이 아니라 대형 이권이 새로 창출되는 수도권 신개발지의 보편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협(李協.이리)의원은 『개혁의 구호가 그동안 겉돌았음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李의원은 『이같은 지도력 부재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죄를 지으면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교훈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무위의 이장희(李章凞.전국구)의원은 『공무원이 복지부동(伏地不動)상태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고 있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李의원은 『정부는 출범초에 사정이 아니라 세제 징수방법 개선등의 제도개혁을 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은 독자적인 자료수집을 통해 이미 지난 9월말 경기도 자체감사에서▲영수증원본 분실▲취득세 미부과 가산금▲원부손상등을 확인하고도 관련공무원들을 비호했다고 주장했다.
朴대변인은 부천시는 이 사건외에도 지난해 말 세무 조사과 조사계장 주창락씨가 뇌물을 받은 사건을 인천지검이 조사하고도 축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의 공세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12.12기소를 요구하며 국회를 공전시키고 있어 재무위와 내무위등에서 효과적으로 정부를 추궁할 수 없기 때문이다.이기택(李基澤)대표등 지도부는 12.12공세의 초점이 분산되는 것을 우 려해 세도사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대형사건이 일어나면 조건반사 처럼 자체 진상조사단을 구성하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우선 당국의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말하고 있다.
〈李年弘.金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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