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신의나의골프>17.88년 트랜스내셔널대회 1차전탈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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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88년 커티스컵이 끝나자마자 나는 US퍼블릭 링크스에 참가키위해 오클라호마州의 털사로 돌아왔다.
지난해 준우승에 머물렀던 대회다.시차에 적응할 틈이 없었고 더욱이 영상10도도 안되던 곳에서 아열대지역으로 갑자기 환경이변해 무기력한 상태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아마추어 대회는 스트로크 플레이가 아니라 대부분 매치 플레이로,결승까지 가려면 9~11라운드의 경기를 치러야한다.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매일 2라운드의 강행군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닐 수 없었으나 이 대회만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를 악물고 경기를 해나갔다.
경기는 의외로 순조롭게 풀렸고 나는 우승을 차지했다.아마추어에서 두번째 메이저 우승이며 미국골프협회가 주최하는 대회로는 첫승인셈이다.
이 대회가 끝난지 얼마되지 않아 나는 지난해 우승했던 트랜스내셔널대회와 미국 여자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링크스대회 우승자며 지난해 선수권자라 나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높았고 나도 자신감에 차 있었으나 의외로 1차전에서 져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다음 경기까지 1주일 이상의 시간이 남았지만 계속 머무르기가 쑥스러워 다음 행선지인 미네 소타의 미니애폴리스로 도망치듯 가버렸다.
1차전 상대선수가 유명선수도,기량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는데 패한 것은 그동안 정신적인 긴장이 풀렸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도착하자마자 연습에 임했다.
초반 탈락 덕분에 남들보다 연습할 시간이 여유가 있었는데 코스를 면밀히 관찰하며 특히 숏게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미국 여자아마추어선수권은 금년까지 94년의 역사를 가진 아마추어 최고의 경기다.경기장소는 미네카다CC로 1898년 개장했으며 2회의 워커컵이 열렸던 명문이었다.
예선 첫날 1언더파 71타,둘째날 3언더파 69타로 합계 4언더파로 최저타수를 기록하며 결선에 올랐다.
본선의 진행 방식도 역시 매치 플레이로 4번째 매치가 승부의기로였다.당시 오클라호마주립대학에 다니던 켈리 로빈스가 상대였다.로빈스는 나와 동갑으로 프로도 같이 데뷔했으며 금년도에 첫승을 올린 선수다.
경기초반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팽팽한 경기를 벌이다보니 18홀까지 동타였다.그러나 연장 첫홀에서 나는 버디를 뽑아내 로빈스를 제치고 결승까지 진출했다.
36홀 매치플레이 경기에서 상대는 초반부터 당황한듯 부진하더니 스스로 무너져내렸다.나는 하루종일 상대가 헤매는 것을 보면서 소풍가는 듯한 기분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에서 나는 세가지의 기록을 세웠다.첫째가 결승 1백40타 기록으로 당시까지 기록인 1백42타를 2타 경신했다.또 한해에 퍼블릭 링크스와 아마추어선수권에서 우승한 것도 처음이다.셋째는 최저타를 기록한 선수가 우승한 것 역시 처음이었다.
위의 세가지 기록은 아직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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