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기의 머니 콘서트] 펀드 농사의 대미 ‘환매의 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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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는 타이밍의 예술’이라는 말이 있다. 비단 주식만 그런 게 아니다. 펀드 투자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언제 가입하느냐, 언제 환매했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가입과 환매 시점 모두 중요하지만 필자는 환매 시기에 더 무게를 두고 싶다. 아무리 투자의 시작이 좋더라도 빠져나오는 타이밍이 나쁘면 그 투자는 ‘하룻밤의 꿈’이 되기 십상이다. 연말을 앞두고 올해 펀드 농사도 얼추 끝나가면서 환매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는 시점이다.

실제로 필자가 만난 부자들은 펀드를 환매할 때 몇 가지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있었다. 강남의 이모(50) 사장은 2003년부터 저금리 시대 투자 대안으로 펀드를 적극 활용해 왔다. 그런데 이씨는 당장의 주가를 보고 펀드 환매 시점을 계산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자신만의 목표수익률이나 목표지수에 도달하면 주저 없이 환매에 나선다. 지난해 가입했던 국내 주식형 펀드도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에 이르면 처분하겠다고 결심했던 터라 얼마 전 과감하게 환매했다. 현재 주가 전망이 아무리 상승 일색이라 해도 유혹에 현혹되지 않는다. 오르면 더 오를 것 같고, 떨어지면 본전 생각이 나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박모씨는 펀드 통장을 여러 개로 만든 뒤 환매를 쪼개서 하는 유형이다. 특히 요즘처럼 주가 흐름이 불확실할 때엔 박씨 같은 ‘분할 환매’ 전략이 제격일 때가 많다. 한꺼번에 환매하는 대신 분할 환매를 하면 주가가 비교적 높을 때 펀드를 처분할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박씨가 굳이 펀드 통장을 여럿 가진 이유도 일찌감치 분할 환매를 염두에 둔 전략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적립식 펀드 계좌는 분할 환매가 안 된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부자들이 펀드 환매와 관련해 가장 고민하는 게 바로 세금이다. 대부분의 펀드는 매년 결산을 통해 수익을 기간별로 나누지만 일부 펀드는 환매할 때 한꺼번에 수익이 잡혀 예상치 못하게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되기도 한다. 이자·배당소득이 4000만원을 넘으면 최고 35%의 높은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한다.

일단 부자들이 다른 점은 ‘기준가’ 대신 ‘과표 기준가’에 더 민감하다는 사실이다. 보통 투자자들은 펀드가 돈을 벌어서 나온 수익금을 모두 더한 것에 해당하는 기준가를 보고 수익률이 얼마나 올렸는지에 관심을 집중한다. 그러나 부자들은 수익 중에서 세금 내는 기준이 되는 금액을 꼼꼼히 따진다. 예컨대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 1000만원을 벌었는데 900만원은 주식으로, 100만원은 채권으로 벌었다면 과표 기준금액은 100만원이다. 주식매매 수익엔 세금을 물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자들은 비과세 소득이 4000만원을 넘지 않게 세세히 검토한다. 채권형 펀드와 비과세 혜택이 없는 역외 해외 펀드 상품은 이익금이 전부 과표로 잡히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정복기 삼성증권 PB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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