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마시고 싶은 샴페인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9호 29면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샴페인 391999 볼링저 비에 비뉴 프랑세즈39

며칠 전, 중앙m&b의 여성 잡지 ‘레몬트리’ 기자에게서 “아기 다다시는 크리스마스에 어떤 와인을 마시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아주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하면서 혼자 흐뭇한 웃음부터 지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나는 해마다 겨울이면 ‘올해는 어떤 샴페인을 마실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샴페인이 빛을 발하는 시기는 한여름과 파티 시즌인 12월이다. 특히 이 아름다운 기포의 연출이 절대 빠질 수 없는 때가 바로 크리스마스다. 칠면조와 케이크는 중요하지 않다. 이날 와인 러버는 열 일을 제치고라도 샴페인만큼은 꼭 마셔야 한다.

올해의 성탄 와인은 여름에 이미 정해뒀다. 자크 셀로스의 ‘버전 오리지널 엑스트라 브뤼’다. 프랑스의 별 세 개짜리 레스토랑에 납품하는 와인으로 생산량이 매우 적기 때문에 자크 셀로스의 와인은 ‘환상’이라고도 불린다. 재배와 양조에 독자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해 천재 양조가로도 명성 높은 지금의 주인 앙셀름 셀로스는 ‘비오디나미’라는 유기농법을 샴페인에 도입한 개척자다.

‘비오’는 천체의 움직임을 살피면서 경작하거나 토양과 포도의 능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소똥과 수정, 꽃 등을 밭에 뿌리는 유기농법이다. 혹자들은 미치광이 짓이라고 ‘비오’라는 말만 들어도 꺼리지만, 셀로스는 자기 나름의 독자적인 비오 농법으로 꿋꿋하게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또한 품종을 블렌딩하면 포도밭의 특징이 사라진다는 생각에서 모든 와인에 단일품종 포도를 사용하며, 퀴베(발효 과정에서 사용되는 통과 탱크)마다 포도밭까지 따로 정해놓는다고 한다. 양조 과정에서 산화방지제 첨가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때문에 와인 속에서 산화효소가 활동하지 못하도록 초여름에는 양조 중인 와인통을 부지런히 시원한 지하로 옮기는 수고도 마다 않는다(참고로 와인통의 무게는 개당 수백㎏이다).

마치 친자식처럼 극진한 사랑으로 와인을 만드는 셀로스. 그렇게 지극한 정성을 쏟기에 환상적인 맛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크뤼그, 살롱, 벨에포크, 크리스털도 물론 근사하지만 셀로스를 마셨을 때의 황홀함은 다른 기포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동이다. 마치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과 맑게 갠 파란 하늘, 풍요로운 대지를 동시에 마신 듯한 초월적이고 예술적인 넉넉함, 그리고 복잡함이 셀로스의 와인에는 존재한다.

나의 셀러에는 상급 퀴베의 ‘서브스탠스(substance)’도 있다. 이것은 오래된 술에 해마다 양조 중인 술을 보태 몇 년에 걸쳐 숙성시키는 ‘솔레라 시스템’이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만드는 와인이다. 이 또한 당연히 눈물이 날 정도로 맛있는데 구하기가 몹시 어려운 귀중품이라 ‘신의 물방울’이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그 첫 방영일 같은 특별한 기념일에 마실 생각이다.

2007년 올해처럼 한국의 독자에게 ‘신의 물방울’이 많은 사랑을 받은 각별한 크리스마스에는 셀로스의 와인이 최고로 어울릴 것 같다. 번역 설은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