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교붕괴 九死一生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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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종암동 육교붕괴 당시 육교위에는 두사람이 있었으나 모두 상처하나 없이 구조됐다.
육교위에 좌판을 벌여놓고 손톱깎이.수건등을 파는 許순덕(77.서울중구중림동)할머니는 평소와 다른 장소에 자리를 잡고 좌판을 벌인 덕에 화를 면했다.許할머니는 평소에는 육교중간에 자리를 잡지만 이날따라 종암서 건너편으로 치우친 위치 에서 좌판을펼쳤고 할머니가 앉은 자리가 공교롭게도 버스위로 떨어져 충격이완화되는 바람에 생명을 건졌다.
떨어지며 머리를 난간에 부딪친 許할머니는 병원으로 옮기려는 구조대를 뿌리치고 흩어진 물건을 챙기기도 했는데 인근 길음정형외과에서 검진결과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정돼 귀가했다.
집수리에 쓸 시멘트를 사러 종암시장에서 종암경찰서 방면으로 육교를 건너던 인쇄업자 정재철(鄭載喆.37.성북구종암2동)씨는육교 한가운데 있었으나 무너진 육교가 사고를 낸 트레일러에 걸려 무사했다.
『꽝소리와 함께 육교가 심하게 흔들리며 무너져 내려 무조건 바닥에 엎드렸습니다.부러진 난간부분을 잡고 매달려 있다 있는 힘을 다해 트레일러 위로 기어올라가 구조를 요청했어요.』 만일鄭씨가 그대로 서있었다면 육교아래로 추락,콘크리트 더미에 머리등을 부딪쳐 변을 당했을 것이 뻔해 무조건 바닥에 엎드렸던 鄭씨의 재빠른 행동이 목숨을 구한 셈이다.
鄭씨는 어려운 살림에도 불구하고 69년 형이 교통사고로 숨진뒤 어머니(71)를 극진히 모셔 92년 성북구청에서 효자상을 받았으며 구사일생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효자는 하늘도 알아본다』고 입을 모았다.
〈權赫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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