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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논단>초고속정보망과 경제전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우루과이라운드(UR)타결과 세계무역기구(WTO)의 탄생,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의 창설등 이른바「경제전쟁」이 동서냉전이 급작스레 붕괴된 직후의 공백을 빠른 속도로 메우고 있다.선진국들이 주도하는 환경.노동.기 술,그리고 경쟁정책과 무역규범 설정문제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정보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정보.지식집약적 경제구조가 심화되어가고 있는 지구촌경제에서 전세계 정보기반구조(GII:Global Information Infrastructure)로 상징되는 정보통신에서의 경제전쟁은 이 미 시작됐다.우리의 선택여부와 관계없이 우리나라가 21세기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전장으로 내몰려 있는 것이다.
GII구상은 미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이는 美클린턴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정보 기반구조(NII:National Information Infrastructure)를 국제적인 범위로 확대한 것으로 전세계 모든 공공기관.기업.학 교.가정.연구소.병원등을 연결하는 초고속대용량망을 구성해 음성.데이터.화상 등의 멀티미디어 정보를 자유자재로 유통시키고자 하는 목표를갖고 있다.미국은 NII.GII를 통해 자국의 경쟁력을 재건,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개별국가 차원에서의 21세기형 정보고속도로 구축계획은 미국뿐아니라 일본.EU.캐나다.호주.싱가포르등이 경쟁적으로 진행시키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범정부적 차원에서 초고속정보통신망구축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국은 이미 GII실현을 위한 자유경쟁.민간참여.규제완화.정보에의 자유로운 접근.보편적 서비스라는 다분히 미국적인 다섯가지 원칙을 천명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노력을전개하고 있다.
GII가 구축되면 보다 효율성이 증가된 경제활동,민주주의의 창달등 「디지털유토피아」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의 논리다.그러나 이 디지털 유토피아가 새로운 시장의 창출,기존 시장의 심화및 확대,고용창출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상대적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GII라는 것이 각국의 초고속정보통신망이 서로 연결돼 유기적으로 막힘없이 연결되는 것인데 상호접속.표준설정 등 국가간의 협력과 조화를 필요로 하는 부분에서 개도국의 입장과 상황이 고려될지는 회의적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등 정보통신 국제기구의 경직성과 정치성,교역적인 면에 지나치게 편중된 WTO등의 외부환경으로 인해양립불가능한 표준들이 시장에서 경쟁적으로 생겨나고 사후적으로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면 결국 피해는 이용 자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GII는 또 정보의 자유로운 국경이동으로 인해 문화권간 갈등을 유발하고 자국민의 생활수준향상을 목표로 하는 국가정책을 무력화할 가능성도 크다.
미래학자들이 예견해 오던 지식집약적 정보사회는 더 이상 미래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다.우 리는 세계사의 한 획을 긋는 「제3의 물결」 한가운데 있다.
21세기 선진국진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할 우리나라로서는GII라운드가 주는 기회를 이용,우리가 가장 자신있는 분야에 전력투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 기술적 현실및 경제논리와 동떨어진 시대역행적 규제구도의 과감한 개혁,그리고 GII가 지구촌 모든 구성원의 이상향을 앞당기는 가교가 될수 있도록 우리나라가 협상력을 발휘할것이 요청된다. 이번 亞太경제협력체(APEC)지도자 회담에서 김영삼대통령이 제창한 APII(Asia PacificInformation Infrastructure)가 이러한 관점에서 평가되고 활용되어질때,우리는 우리 앞가림만 하는 이기적인 민족이 아니라 지구촌공동체의 공동선도 동시에 생각하는 민족으로 역사에 평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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