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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서평>"한반도 핵문제와 미국외교" 李三星지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북미 제네바협상타결은 북한핵을 둘러싸고 가열돼 온 관계당사국간 1차 공방전을 마무리지었다.
시계(視界)제로상태의 전쟁위기로까지 치닫던 분위기를 일단 진정시키긴 했지만 美공화당의 중간선거 압승이란 돌출변수를 만나 장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렇듯 90년 이후의 동북아 질서재편 과정이 순탄치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북한핵의 본질에 대해 관계 당사국간 혹은 각국내의 정파(政派)간 인식과 대응방식의 편차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최근 출간된 이삼성(李三星)교수의『한반도 핵문제와 미국외교』는 일관된 시각을 통해 문제의 본질에 접근함으로써 북핵 관련 논의를 본격적인 학술차원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사안의 복잡성을 명쾌한 논리를 통해 규명해 나감으로써 향후 학계의 활발한 논의와 함께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李교수는 91년이후 북한이 핵개발 의사를 포기했다는 전제 아래 난항을 거듭해온 북핵문제의 본질을 미국 국내정치 요인을 주요변수로 한「정치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우선 李교수는 미 카네기재단 수석연구원 셀릭 해리슨의 말을 인용,북한 이 91년 12월의 노동당 중앙위원회를 기점으로 핵개발을 포기했다는 점을분명히 하고 있다.
李교수는 또 북한의 핵무기개발 의혹설 자체가 객관적 분석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미국내 강경파와 온건파간의 관료정치적 갈등과 정치적 역학에 의해 결정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런 관점에서 李교수는 김영삼(金泳三)정권이 일방적으로 미국강경파를 추종하는 외교활동을 함으로써「소외」를 자초해 결과적으로 한국외교는「총체적 실패」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강경론은 중국.일본.러시아 등의 반대라는 국제정치적 요인에 부닥쳐 온건론으로 전환됐으며 카터 前미국대통령의방북,그리고 北-美협상 타결로 결실을 거둔 것으로 李교수는 평가했다. 李교수의 이러한 논지에 반론도 만만치 않다.특히 북한이 91년을 기점으로 핵개발의지를 포기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앞으로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핵개발의지를 버리지 않은 주요한 논거로92년까지 71차례에 걸쳐 실시된 것으로 알려진 기폭장치의 실험을 지적해왔다.북한이 지난해 발사해 실험에 성공한 노동1호가핵탄두 운반수단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점도 거 론된다.
북한이 핵개발과 관련해 모호한 정책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美아이오와대 길영환(吉榮煥)교수는 김정일(金正日)이 직접관장하는 외교부 산하 군축연구소가 전략차원의 북한 핵카드를 협상용으로 개발했을 가능성을 최근 제기한 바 있다 .
李교수는 서문에서 밝힌 대로 핵문제의 정치적 성격을 규명하는데는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체적 진실과 인식의 괴리를 얼마나 좁혔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의문점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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