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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첫 TV 토론 이념 색채 차별성 뚜렷…대안 제시엔 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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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7대 대통령 후보자 1차 합동토론회가 열린 6일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각 후보의 지지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응원하고 있다. KBS 현관 앞에는 대형 스크린 두 개가 설치돼 지지자들이 토론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사진=조용철 기자]

"자신의 슬로건을 위주로 얘기할 뿐 주고받기 식 토론이 이뤄지지 않아 아쉬웠다."

6일 이명박 한나라당, 이회창 무소속,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문국현 창조한국당, 권영길 민주노동당, 이인제 민주당 후보 6명의 첫 TV토론을 지켜본 중앙일보 토론분석 자문단의 대체적인 평가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후보들의 말에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며 "상대방 후보가 얘기한 걸 받아서 반론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주입식으로 자기 주장만을 국민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듯해 후보 간 차별성도 부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후보별 이념 색채가 뚜렷이 제시됐다는 긍정 평가도 있었다. 다음은 주로 이명박.정동영.이회창 후보를 상대로 한 자문단의 평가.

▶강원택(정치학) 교수="이명박 후보는 보수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입장을 보여줬다. 하지만 헌법 개정 등에서 분명한 생각을 밝히지 않아 '부자 몸조심한다'는 느낌을 줬다. 정동영 후보는 대북 문제에서 준비가 많이 된 듯한 감을 줬다. 평소와 달리 한.미 공조를 강조한 듯해 이색적이었다. 이회창 후보는 엄격한 상호주의를 강조하는 등 가장 분명하고 보수적인 색채를 드러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대북 정책에서 이명박 후보는 실무적 협상력을 강조,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무난한 점수를 받을 만했다. 하지만 평범해 보이는 감도 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후보는 이해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답습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이회창 후보는 대북 정책의 엄연한 현실을 얘기해 가장 고민을 많이 했다는 느낌을 줬다. 그러나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데까지 이르진 못했다."

▶황상민 연세대(심리학) 교수="이명박 후보는 집중 공격을 방어해야 한다는 입장이 뚜렷했다. 비스듬히 앉는 자세와 잦은 기침이 일부 시청자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었다. 정동영 후보는 강한 투사의 모습으로 자신을 재구성했다. 하지만 정작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어떤 얘기를 하는지 분명하지 않았다. 이회창 후보는 세련되고 내공을 갖춘 싸움꾼이 된 모습이었다. 다른 후보를 비방하는 방식이 노련했다."

▶김형준(정치학) 교수="이명박 후보는 중도보수적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정동영 후보는 이념적 색채를 부각하기보다 대통령 후보의 자질과 신뢰, 설득의 문제를 제기하려 한 점이 눈에 띄었다. 이회창 후보는 강한 보수주의자의 인식을 드러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이명박 후보는 1등 후보로서 매사 책임감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면이 있었다. 정동영 후보는 지나치게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는 데 시간을 할애한 듯해 안타까웠다. 이회창 후보는 너무 모범답안을 내놓은 듯하다. 문국현 후보는 매사를 경제 이미지로 연결하려는 듯했다."

▶이정숙 스피치 전문가="이명박 후보는 한나라당 경선 때보다 목소리가 많이 트였다. 오만하지 않겠다는, 겸손 모드 때문인지 목소리가 두루뭉술하게 들려 전달력이 높지 않았다. 정동영 후보는 평소보다 톤을 높여 토론회 전체에 긴장감을 줬다. 공격이 너무 반복됐다는 느낌이다. 이회창 후보는 보수 논리를 뚜렷하게 제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목소리 자체가 워낙 낮아 잘 전달됐을지 의문이다."

▶주선희(인상학) 원광디지털대 교수="이명박 후보는 가슴까지 숙여 인사할 정도로 겸손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정동영 후보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공격 의지가 얼굴에서도 나타났다. 이회창 후보는 유권자들을 설득하겠다는 뜻이 보였다."

▶박윤수 패션디자이너="이명박 후보는 혁신적 회색 톤의 수트를 골랐다. 정동영 후보의 청색 수트는 섬세해 보인다. 이회창 후보는 같은 계열의 수트와 넥타이를 골라 기품과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다."

고정애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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