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삐그덕거리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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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처음에는 잘되는 것 같더니 ‘삐그덕거리다’ 금세 파산하고 말았다.” “서로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처럼 어떤 일이 잘 맞물려 돌아가지 않고 불협화음이 있을 때 은유적으로 ‘삐그덕거리다’고 표기하는 것을 종종 본다. 그러나 ‘삐그덕거리다’는 ‘삐거덕거리다’로 써야 옳다. 의성어나 의태어 같은 입말을 표준어로 강제하는 것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삐거덕거리다’가 표준어이기 때문이다.

‘삐거덕’은 ‘크고 단단한 물건이 서로 닿아서 갈릴 때 나는 소리’로 부사다. 작은 말은 ‘비거덕’이고, 준말은 ‘삐걱’이다. 여기에 접미사 ‘-거리다, -대다’가 붙어 ‘삐거덕거리다, 삐거덕대다’라는 동사가 된 것이다. “삐거덕거리는 소달구지를 타고 읍내 장에 갔다” “의자를 삐거덕대지 말고 가만히 앉아 있어라”처럼 쓰인다. 준말을 활용해 ‘삐걱거리다, 삐걱대다’고 써도 된다.

 ‘삐거덕하다(삐걱하다)’처럼 ‘-하다’가 붙어 동사가 되기도 한다. “문이 삐거덕하고 열리다”와 같이 쓴다. ‘삐거덕’을 두 번 겹쳐서 ‘삐거덕삐거덕’처럼 쓰기도 하지만 이들이 이미 연속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똑 같은 의미인 ‘-거리다, -대다’와는 함께 쓰이지 않고, ‘-하다’만 붙일 수 있다(삐거덕삐거덕하다, 삐걱삐걱하다).

이와 비슷한 ‘덜그덕거리다’도 ‘덜거덕거리다’가 표준어다. 그 활용 또한 마찬가지다.  

한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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