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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11.제2부 1.중앙과 지방갈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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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中央日報는 9월22일부터 시작한 지방자치 시리즈의 1부(10회)연재를 마치고 제2부「자치의 틀은 이렇게」를 다음 순서에 의해 17일부터 보도합니다.2부는 본격 지방자치 시행을 위해 풀어가야할 과제들을 다루게 됩니다.
지난 7월30일 내무부는 한 법안을 슬그머니 입법예고했다.이법안은 지방재정법 개정안으로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법의편제를 바꾸는 것이었으나 「문제조항」이 하나 들어있었다.
즉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에 위배해 사무를 처리하거나 중앙정부의 정당한 지시에 응하지 않을 때 내무부장관이 1차 시정권고를하고 이에 불응할 때는 정부가 주는 교부금을 감액하거나 반환을명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시.도의회 의장단협의회와 시.군의회 의장단협의회가 반발,『지방자치의 자율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현실에서 자치단체를 더 강력하게 통제하려는 의도』라며 철회요구서를 정부에 냈고,야당도 문제를 삼았다.
이에 내무부는 『일본에도 입법례가 있으며 일부 자치단체가 지나치게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상징적인 조항을 두겠다는 것일뿐』이라는 뒤늦은 해명을 내놓았으나 관철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내무부는 결국 이 조항을 뺀 수정안을 내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지방자치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 중앙과 지방행정조직간 이해상충은 차츰 많아질 수밖에 없고,내년에 자치단체장이 직선되면 이같은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종래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회간의 법정다툼도 서서 히 모습을 나타내고있다.
경북영일군청은 5월 사상 처음으로 중앙정부기관을 상대로 하는「권한쟁의심판」을 제기,파란을 일으켰다.
영일군은 해운항만청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항만청이『정부 기관끼리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는 불만을 보이기도했다. 이 사태는 포항항만구역안에 정치망(定置網)어업면허를 갖고 있는 어업권자 3명이 지난해 7월 면허연장 신청을 냈다가 『종래와 달리 포항항 개발사업등에의 영향이 예상되므로 면허연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포항항만청의 의견으로 군청으로부 터 면허를 받지 못한데서 비롯됐다.
어업권자들의 보상청구에 경북도 수산조정위원회는 3월 『포항항만청은 3명에게 36억여원을 보상하라』는 결정을 내렸으나 항만청이 수용을 거부하자 군청이 심판청구를 낸 것이다.보상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가려달라는 신청이었다.
또한 최근 경북도의회는 정부가 고교평준화를 명분으로 같은 생활권인 대구인근 경산시.군과 칠곡군등지의 학생들을 대구시 학군에 다니지 못하게 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내기로 결의했다. 결의안은 『고교진학 희망자가 소재지 학군에만 진학할 수있게한 교육법 107조의 2항은 학문의 자유와 교육 기회의 균등,거주이전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시계획을 놓고도 중앙과 지방의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건설부와 토지개발공사는 90년6월 경남양산군웅상읍삼호.명곡리 일원서창지구 25만6천평을 택지개발지구로 지정했으나 인근 울산시와시의회,주민의 반대로 5년째에 접어든 지금까지 착공을 못하고있다. 울산시가 반대하는 이유는 이 지역이 울산시민 식수원인 회야댐 상류 10여㎞지점에 있어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서면 수질오염이 불가피하다는데 있다.
건설부는 내년 6월까지 착공을 못하면 지구지정이 자동해제될 지경이 되자 지난달 25일 사업승인을 강행했다.울산시측은 여전히 버티고 있으나 하수처리장을 먼저 건설하는 조건으로 힘들게 타협이 이루어질 전망도 없지는 않다.
이 과정에서 삼호.명곡리 주민들은 5년 가까이 재산권 행사를못하고 있다.
이같은 갈등은 그러나 전주곡에 불과하다.내년 6월 직선 단체장이 선출되면 지역의 실세로서 자신의 입지를 위해 그동안 당연시됐던 중앙정부나 국회의 「간섭」을 떨쳐버리고 소신껏 일하고자할 것이 분명하다.
이때문에 「중앙」이 가졌던 권위의 붕괴와 함께 각종 예기치 못한 일들이 벌어질 것으로 예견된다.
국민대 김병준(金秉準)교수는 『국가사무의 상당부분을 자치단체가 대신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직선 단체장이 기계적인 집행을거부하면 기존 행정체계에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숙명여대 박재창(朴載昌)교수는 『중앙과 지방간 법정 쟁송이 잇따를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건강한 현상이며 이를 통해 중앙과 지방간의 기능한계도 정해져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다만 지나친 혼란이 없도록 사전예방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기능을 명확히 재배분하는정밀작업이 필요하고 국회의원.지방의원을 함께 갖고 있는 정당들이 당내에서 중앙과 지방의 갈등을 해소해내는 기능을 해주어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역간.언어권간 갈등이 심한 캐나다에서하고 있듯이 분쟁조정을 위해 시.도지사 협의기구같은 상설기구도만들 필요가 있다.
당분간은 국가직 공무원이 맡게될 부단체장이 중앙과 지방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자임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특별취재팀=정리 金 日기자]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이제 우리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과거의 종속적인 관계에서탈피,선진형인 동반자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명확히 역할분담을 해 서로 의존하면서 자원.역할 및 권한을 교환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의 역할은 축소되는 듯 하겠지만 새로운 역할을 정립하는 계기로 삼으면 된다.
새 모습의 중앙정부는 지역간 불균형을 조절하고 분쟁을 조정하며 전국적 통일성을 유지하는 존재로서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수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까지 내년이후 중앙과 지방은 첨예한 갈등을 겪게 될 공산이 크다.이 진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 불확실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기능을 교통정리해야 한다.
제3자적 입장인 전문가그룹과 시민그룹이 주도하는「정부간 기능배분을 위한 위원회」같은 것을 구성해 각종 사무의 관장자를 다시 정하는 것이다.
이 작업은 그동안 중앙에 모든 권한이 집중되어 왔던 우리나라의 특성상 지방정부의 자치사무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작업이 잘되지 않으면 민선 단체장은 활동에 큰 장벽을 느끼고 중앙정부를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내게 되는 사태가 올 수있다.미국의 경우 갈등을 표면화시켜 사법부 판단에 맡기는 경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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