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감독들 인연 … 내년 K-리그 달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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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스토리가 있는 K-리그’.

 내년 프로축구가 재미있어질 것 같다. 조광래(54·경남), 황선홍(39·부산), 아뚜 베르나지스(54·제주) 감독이 부임하면서 각 팀 사령탑끼리 얽히고 설킨 신라이벌 관계가 형성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story)는 히스토리(history)에서 나온다.

▶조광래 vs 김호(대전) 신라이벌전

 두 사람의 인연은 꼬이고 풀리기를 거듭했다. 수원 삼성의 창단 감독과 수석코치였던 둘은 잦은 의견 충돌을 빚다가 1998년 헤어지면서 ‘견원지간’이 됐다. 99년 조 감독이 안양 LG(현 FC 서울)로 가면서 안양과 수원의 라이벌전이 시작됐다. 2003년까지 5년간 치른 혈전의 성적표는 10승1무10패였다. 두 사람은 현역에서 떠나 2004년 축구계 야당 격인 한국축구연구소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극적으로 화해했다. 조 감독이 경남으로 갈 때도 김 감독의 조언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의 지원을 받는 ‘부자 구단’을 떠나 형편이 어려운 시민(도민) 구단에서 경쟁을 펼치게 된 점도 흥미롭다. 조 감독은 연세대 동기인 허정무, 부산 대우에서 함께 뛰었던 변병주(대구), 장외룡(인천) 감독과도 양보 없는 라이벌 구도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황선홍 vs 허정무(전남) 사제 대결

 93년 독일에서 돌아온 황선홍이 포항에 입단했을 때 감독이 허정무였다. 황선홍이 마지막으로 현역 생활을 했던 전남의 감독도 허정무였다. 2003년 은퇴한 뒤 황선홍은 전남 2군 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의 길로 나섰고, 2005∼2006년 1군 코치로 허 감독을 보좌했다. 그러나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허 감독과 온화한 성격의 황 코치는 궁합이 잘 맞지 않았다. 지난해 말 허 감독이 유소년부터 1군까지 선수단 관리의 전권을 맡으면서 황 코치를 내보냈다. 황 코치는 영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하면서 복귀를 준비했고, 부산의 감독으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황 감독은 “자율적이면서도 책임감 있는 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한 체력과 많은 훈련량을 요구하는 허 감독과의 맞대결에서 어떤 승부가 펼쳐질지 기대된다. 황 감독은 김정남(울산), 차범근(수원), 김호 감독과도 사제 대결 구도를 형성한다.

▶아뚜 vs 파리아스(포항) 삼바 더비

 아뚜 감독은 파리아스에게 감사해야 한다. 브라질 출신 첫 K-리그 감독인 파리아스는 부임 3년 만인 올해 K-리그 우승과 축구협회(FA)컵 준우승을 차지하며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 줬다. 정해성 감독을 내보내고 후임을 찾던 제주 구단은 파리아스의 활약에 자극받아 브라질 출신 지도자에게 눈을 돌렸고 아뚜를 데려왔다. 영입 방식도 포항을 벤치마킹했다. 포항은 2005년 파리아스와 1년 계약을 했고 가능성을 확인한 뒤 올해까지 2년 재계약을 했다. 아뚜도 1년 계약이다. 그도 내년에 가능성을 보여 줘야 제주도에 남아있을 수 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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