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MBC "그사람 그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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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지난 11일 밤 늦도록 TV앞에 앉아 있던 시청자들은 뜻하지않은 추억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금요일 밤 11시에 출발하는 추억의 열차는 MBC 토크 다큐멘터리『그사람 그후』.이날 시청자들은『그사람…』를 통해 지난 72년 제1회 전국소년체전에서 대도시 선수들을 물리치고 농구 결선에 진출해 화제를 모았던 사치분교「섬개구리 신 화」의 주인공들을 만났다.
당시 농구경기장의 열띤 환호성이 시청자들에게 22년전의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효과음이었다면 컬러 영상 속에 중년으로 되살아난 그들의 모습은 거울에 비춰진 기성세대의 생생한 현실이었다. 당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찡하게 했던 그 어린이들이 이제는중장비기사.노래방주인.농업종사자.고교 농구감독등으로 흩어져 살아가다 한자리에 모인 모습은 꾸밈이 없으면서도 극적인 감동을 안겨주었다.
이날 시청자들은 72년 미스 롯데로 선발돼 탤런트.MC로 활동하다 사라져(?)평범한 서른 여덟의 중년이 된「그사람」명현숙씨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날 보여진 명현숙씨의 모습은 단순히 기대를 모으던 연예인의현황을 넘어서 한 여자와 남자가 15년 결혼생활을 통해 겪을 수 있는 변화의 드라마 자체였다.
『그사람…』가 시청자들을 끄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떠들썩했던 사건을「시간」이라는 여과기를 통해 걸러내 과장없이 잔잔하게 비춰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특히 한선교 아나운서와 탤런트 신애라의 차분한 진행도 이 프로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 다.
〈李殷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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