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칼럼>낙원뺏긴 한강물고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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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예부터 도시와 국가는 강과 떼어놓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대동강변에는 고구려와 평양이 있었고,낙동강변에는 신라와 경주가 있었으며,백마강변에는 백제와 공주가 있었고,한강변에는 조선과 수도 서울인 한양이 있었다.
지금은 그 강과 그 도시와 그 국가들이 어떻게 되었는가.모두명멸하였거나 명멸하고 있지만 한강변의 한국은 21세기를 향하여웅비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강은 한반도에 있어서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세월 좋은 한강을 중심으로 수많은 인걸들이 오고갔다.그리고 한강의 물 속에서는 인간보다 더 많은 물고기들이 오고갔을 것이다. 옛 기록을 보면 중국에서 한양 땅에 사신으로 오면 틀림없이 두가지「조선의 진미」를 맛보고 갔다.
하나는 북한산에서 사냥으로 잡은 노루였고,다른 하나는 한강에서 낚은 잉어였다.
북한산에서 잡아 온 노루로 한강에 띄워 놓은 배 위에서 숯불바비큐를 하면서,팔팔 뛰는 잉어를 낚아올려 회를 쳐 술 안주삼아 한때의 풍류를 즐겼다.
지금은 북한산은 어떤가.노루는 고사하고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인왕산의 호랑이도 없어진지 오래다.그러면 한강에는 잉어가 있을까.물론 있다.
그러나 나는 지금 한강에서 살고 있는 잉어의 신세를 동정하지않을수 없다.
잉어라는 놈은 본디 깨끗한 물을 좋아하지 않고,감탕 지역을 좋아하는 잡식성의 잡어(?)라서 1천만 서울특별시민과 1천5백만「수도권 시민」들이 내쏟는 생활 오수와 산업 폐수,그리고 온갖 더러운 흙탕물.기름탕물.오염탕물을 다 걸러 먹 으며 살고 있다. 나는 한강에서 약 35년간 낚시를 해왔다.북한산과 인왕산에서 노루와 호랑이가 없어진 것처럼 한강에는 없어진 물고기가많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만 꼽아 보아도 한남동과 팔당까지올라오던 황복과 숭어와 은어는 씨가 마른지 오래고 임금님들이나먹었다던 임금 종(宗)자,종어는 멸종하였고 그 많던 피라미.모래무지.살치마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한양 땅에서는 인간이 살았고,한강수에서는 물고기가 살았다.그런데 한강수는 이제 물고기들의 낙원이 아니다.
역사의 으뜸 강을 누가 이렇게 만들어 놓았는가.한강수에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오늘의 현실을 보면 서울땅에 살고 있는 인간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한번쯤 생각해 본다.
〈낚시전문가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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