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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太경협 한국위상 높였다-金대통령 APEC 발제연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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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발제로 시작된 亞太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은 APEC회원국간 무역자유화 목표연도를 설정하는등의내용을 포함한「보고르선언」을 채택한다.
보고르 선언은 지난해 시애틀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무역투자기본선언을 공식화하는 형태다.무역자유화의 목표연도 설정에서 막후 작용한 나라는 인도네시아와 한국이다.
金대통령은 발제연설에서 미국과 일본.캐나다.호주.뉴질랜드등 선진국의 경우 2010년,한국등 신흥공업국과 인도네시아등 개발도상국의 경우 2020년을 무역자유화 목표연도로 제시했다.일본과 무역마찰을 빚고있는 미국은 이보다 훨씬 앞당겨 무역자유화를실시할 것을 주장했으며,우리가 중재에 나서「선진국간에는 개별협상을 통해 무역자유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내용의 단서조항을 달았다.
말레이시아등은 경제발전단계등을 감안할 때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선진국과 3백달러의 개도국간에 무역자유화 시기의 차이를 10년밖에 두지 않는데 불만을 표시했다.이들에 대한 설득은인도네시아가 맡았다.
이런 입장차이 때문에 회담당일인 15일새벽까지 회원국간에는 무역자유화 목표연도를 둘러싼 막후조정이 있었고,우리의 청사진도막판까지 확정되지 못한채 회담현장에서 막바지 막후교섭을 벌여 金대통령의 발제문안을 수정하는 진통 을 겪었다.
이날 회의의 토의내용은 첫발제자의 발표내용 테두리를 벗어나기어려울 뿐만 아니라 金대통령이 제안한 무역자유화선언이 채택된다는 점에서 우리의 국제적 위상에 무게를 더해준 회의로 평가된다. 金대통령은 또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인력공동개발 원칙에 따라 APEC내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센터를 설립할 것도 제안했다.한걸음 더 나아가 亞太초고속 정보통신망(APII)건설을위해 외무.통상장관회의 외에도 통신분야 장관회의를 신설해 정례화하고 역내 국민들간 관광과 통행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안(案)도 제시했다.
역내 국가간의 통행자유화를 주장한 것은 개도국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며,초고속 정보망 구축은 미국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결국 어느쪽도 1백%를 얻을 수 없으며 양보와 타협이 불가피하도록 전략을 짠 것이다.
이는 우리의 입장이 처음부터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간자 내지 중재자의 역할을 자임한데서도 드러난다.개도국에서 시작해 선진국문턱에 와있는 우리는 역내 어느 국가보다 양자를 조정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상황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보고르선언 채택으로 우리는 亞太지역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국제적 신뢰감과 외교적 위상을 높일 수 있게 됐으며,미국.일본 다음으로 우리의 방대한 시장이면서 다소 배타적인 아세안 국가들과의 무역및 우호증진 효과도 얻을 수 있게 됐다.
정부는 보고르회의를 계기로 APEC를 느슨한 형태의 협력체에서 역내 국가들간의 무역과 투자자유화를 추진해나가면서 실질적인경제협력체로 발전시키자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무역자유화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이번 APEC회의는 新태 평양시대를 열어갈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무역자유화연도 설정에서 보여준 각국의 이해차이는해소된 것이 아니라 잠복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무역자유화의 목표를 달성해나가는데 난관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보고르=金斗宇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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