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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통신覇權 한국이 견제-김대통령 APII제안 배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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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亞太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 발제연설에서「亞太지역 정보통신기반구조(APII)」를 제안한 배경은미국과 일본이 이미 주도권 다툼에 나선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정보통신기반구조 구축에 한국도 일정한 역할을 수행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이는 미국이 표방하는 세계정보통신기반구조(GII)와 일본 주도의 아시아정보통신기반구조(AII)추진전략을 견제하고 우리가 이들 선진국과 아시아 개도국간의 중재자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재정립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우리 정부의 입장은 특히 미국의 대외통신정책에 대응한다는 측면이 강하다.미국 통신정책의 목표는 국내용과 대외용이 따로 있어 국내용은「정보의 자유유통원칙」과「정보의 공정성 추구원칙」간에 균형을 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외용 통신정책에서는「정보의 공정성 추구원칙」은 실종된다.정보를 자유롭게 유통케 하자는 원칙을 반대할 나라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우수한 운용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정보가 주종을 이룰 것이 확실하다.
이같은 미국의 의도를 철저히 간파한 일본도 AII를 제안해 이를 주도함으로써 이 지역내 정보통신패권을 차지하려 하고 있다. 결국 미국과 일본의 구호만 있고 우리 나름의 목소리가 없으면 우리의 통신망은 철저히 이들의「운동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金대통령이 주창한 APII는 미국 주도의 GII와 일본 주도의 AII를 적절히 견제하는 형태로 亞太지역 국 가들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APII의 기본개념은 하드웨어적으로는 가시적인 통신망기반구조구축과 국가간 상호연동체계로 나타날 것이고 소프트웨어적으로는 APEC 18개 회원국간 협력체계로 구축될 전망이다.
그러나 APII가 정부의 기대대로 결실을 볼지는 좀더 시간을두고 지켜봐야 할 일이다.
최병일(崔炳鎰)통신개발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APII는 소수 선진국의 이기적 독주를 견제하고 개도국의 권익을 반영할 국제적 규범』이라고 평가하고 이를 관철키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과 협상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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