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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 경호막 … 어딘가 경찰 저격수 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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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일 오후 3시30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선거 유세가 벌어진 인천시 구월동 한 백화점 앞. 600여 명의 지지자 사이에 경호요원 45명의 움직임이 부산했다. 전날 이 후보가 의정부 유세장에서 계란 세례를 받은 직후 경찰은 이 후보 측에 경호요원 10명을 추가로 파견했다. 정태근 수행단장은 "선거법에 따르면 12월 2일 이후엔 설사 후보가 사망하더라도 정당 후보를 교체할 수 없다"며 "유력 후보인 이 후보에 대한 테러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해 경찰에 근접 경호 강화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파견한 근접 경호요원은 청와대를 지키는 101경비단, 외빈 경호대, 경찰특공대 등에서 경호 경력이 3년 이상인 베테랑들이다. 경찰청은 110명의 경호요원을 각 후보 진영에 배치했다. 방탄복을 입고 실탄이 장전된 권총과 전기 충격총으로 무장한 이들은 평균 5.5단의 무술 실력, 10발 쏘면 9발 명중시키는 사격 실력을 갖췄다.

주요 후보에 대한 경찰 경호는 지방에선 하루 전, 서울.경기 지역은 3~4시간 전에 시작된다. 경찰특공대 폭발물처리팀과 국방부에서 지원받은 탐지견들이 먼저 현장을 훑는다. 저격수가 포함된 특공대 전술팀은 후보 동선 중 경호하기에 가장 까다로운 지점에 먼저 자리를 잡는다. 후보가 차량으로 이동할 땐 근접 경호요원 외에 경찰특공대 대테러팀이 후보 차량과 모양이 똑같은 차량에 탑승한다. 유세 현장엔 경찰 특수기동대 20여 명과 일선 경찰서에서 파견된 200여 명이 이중 삼중의 경호망을 짠다.

경찰은 올해 대선 후보 경호를 평상시 대통령 경호와 같은 등급으로 강화했다. 지난해 5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테러사건이 경호 계획을 강화하는 배경이 됐다.

그럼에도 대선 후보를 경호하는 일은 쉽지 않다. 조금 느슨하면 달걀 세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조금 강화하면 '권위적 이미지를 심는다'는 후보 측의 핀잔을 듣기 때문이다. 경찰청 김성근 경호과장은 "시민들과의 스킨십이 절실한 대선 후보들은 동선의 변화가 잦고 돌발 상황이 많아 위험 요소를 완전히 예방하는 게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안아주세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정 후보는 지나친 근접 경호를 꺼리는 편이다.

이회창 후보가 지난달 13일 달걀 세례를 받았던 대구 서문시장을 3일 다시 방문할 때 경호팀엔 비상이 걸렸다. 여경을 포함한 10여 명의 사복 경찰이 손에 손을 잡고 후보 주위를 둘러싸고 이 후보와 행진을 함께하는 '강강술래' 경호를 펼쳤다.

1987년 13대 대선 때 민정당 노태우 후보는 전주역 유세에 나섰다가, 시민들의 돌멩이 세례를 받았다. 미국에선 68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가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경선 중 캘리포니아주에서 승리한 뒤 LA 엠버서더 호텔에서 자축연을 하다 네 발의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

글=임장혁 기자, 사진=오종택·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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