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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저성장 굳어지면 ‘샌드위치’ 탈출 힘들 것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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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유가 및 원자재 가격, 환율 등 불투명한 경제 변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중단기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내외의 시선이 불안해졌다. 이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각각 국내 주재 외국 경제인과 국내 제조업체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 확인됐다. 특히 외국 경제인들에 대한 설문 결과는 “중국·인도 등 후발국의 추격이 거세지는데 지금과 같은 저성장 구조가 굳어진다면 한국 경제가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 할 것”이라는 경고로 요약된다.

◆“한국 경제, 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전경련이 4일 발표한 ‘한국 주재 외국 경제인들의 우리나라 대외경쟁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 경제인 10명 가운데 4명은 ‘한국 경제가 5~6년 내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조사에는 외국 기업인과 외국 대사관 상무관 등 84명이 응했다. 물론 위기 가능성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더 높기는 하지만, 우리 경제의 기반이 튼튼하다고 보는 한국 정부와는 상당한 시각차가 있다.

외국 경제인들은 한국 경제를 위협할 가장 큰 요인으로 ‘석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및 확보 곤란’(21.3%)보다 ‘중국·인도 등 후발국의 추격’(36.0%)을 먼저 꼽았다. 한국 경제의 근본적 문제를 후발국에 쫓기고 선진국에 치이는 ‘샌드위치 상황’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꼽은 내부의 위협 요인은 ‘사회 갈등의 확산’(15.7%), ‘저성장 구조의 고착화’(9.0%), ‘선진 기업과 기술 격차’(5.6%) 등이었다.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이들의 우려와 달리 조선·이동통신기기·디지털 가전 같은 주력 수출 업종의 경쟁력은 나빠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들은 국내 기업 환경 중 유리한 측면은 정보 및 산업 인프라, 높은 교육열 등을 들었고 불리한 측면은 고비용 구조, 강력한 노조, 과도한 규제 등을 지적했다. 전경련의 김용옥 글로벌경영팀장은 “우리 내부적으로 긴장해서 뛰지 않으면 금세 후발국에 덜미를 잡히고 말 것이라는 외국인들의 인식을 보여 주는 조사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내 경제인들도 어두운 전망=같은 날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기업이 바라본 2008년 한국 경제 전망’ 보고서에는 내년 경제를 맞는 국내 기업들의 부정적 전망이 드러나 있다. 전국 제조업체 50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서 내년도 전반적인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 32.6%가 ‘올해보다 어려워질 것’이라고 답해 ‘나아질 것’이라는 답변(24.8%)을 넘어섰다(‘올해와 비슷할 것’은 42.6%).

내년 경제가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본 기업들은 그 이유로 ^소비 부진^투자 부진^수출 부진 등을 비슷한 비율로 꼽았다. 이들 기업이 예상한 내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평균 4.8%로 정부나 경제연구기관들이 전망한 5% 수준보다는 다소 낮았다. 내년에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 변수는 ‘유가 상승’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하락’ 순이었다.

내년에 들어설 새 정부에 대한 기대는 컸다. 새 정부 출범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44.4%로 ‘부정적’ 이라는 예상(7.0%)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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