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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처 체험기 남태평양 견지낚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오대양 육대주가 산이요 바다다.산악인들은 국내의 크고 작은 산을 섭렵한 다음엔 해외 등반에 열을 올리고 낚시인들은 국내의계류와 호수,그리고 강과 바다를 섭렵한 다음엔 해외 낚시를 갈구한다.내가 세계유일의 한국 고유 전통 낚시인 견지낚시를 가지고 이 세상에서 가장 크고 깊은 태평양이라는 바다에 가서 가장큰 고기를 낚아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은 어쩌면 정신나간 일이었는지도 모른다.그러나 불가능에 도전하지 않는 자는 가능한일도 할 수 없다.보통 사람들은 견지낚시라 하면 피라미나 낚는작은 견짓대를 연상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1m가 넘는 잉어를 낚는 대형 견짓대를 자주 사용했다.
나는 고가의 트롤링 전용 낚싯대를 두 동강 내어 길이 2m 내외에 무게 20㎏전후의 대어를 낚을 수 있는 대형 견짓대를 직접 제작하며 태평양 지도를 펼쳐보았다.
태평양에는 태양이 이글거리는 적도가 한가운데를 지나고 그 적도를 중심으로 미크로네시아와 폴리네시아,그리고 멜라네시아라는 3 개의 네시아가 있다.나는 미크로네시아의 팔라우라는 조그만 섬을 목표로 김준근(팬코리아여행사 대표이사).김석 범(한국낚시전문가회의 사무총장).양신정(김석범총장의 부인).김은정(재미교포)씨등 4명과 함께「태평양 견지낚시 탐사단」을 구성하고 컨티넨탈항공 편으로 서울을 출발했다.
팔라우는 외딴 섬이라 컨티넨탈항공 이외에는 타고 갈 비행기가없다.돌아오는 길에는 사이판을 들르기로 했다.
팔라우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포구에 나가 트롤링 전용선을 타고 견지낚시를 이용한 트롤링을 시작했다.보통 15㎏전후에 1.
5m전후의 와후나 옐로 핀이 낚이고,때로는 1백㎏전후의 블루마린과 세일피시가 낚인다고 했다.겁이 덜컥 났다.내가 만든 견짓대가 아무리 대형 견짓대라고 해도 1백㎏을 목표로 만들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잠시후 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엄청난 입질이 왔다.평소 손으로 구부려보아도 굽혀지지 않던 대형 견짓대가 파리채처럼 부러질듯 고개를 숙였고,대어의 연속적인 저항에 심장의 고동이 멈출 듯한 긴박함이 감돌았다.태평양에서 힘이 세기로 정 평이 나 있는 잭이라는 대어였다.한 마리를 낚고 나니 더 이상 낚시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가슴이 두근거리고 몸이 후들거렸다.그 한마리를 가지고 한배에 탔던 일곱사람이 먹고도 남았으니 그 크기와무게를 가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팔라우를 떠나 사이판에 도착했을 때는 계절풍이 불고 있었다.우리나라의 마라해협에 일렁이는 파도 정도는 파도가 아니었다.마치 마라도 그 자체가 파도가 되어 무수히 밀려오고 있는것과 같았다.그 험한 파도를 타고 나가 고기를 낚으려는 우리는낚시인이 아니라 차라리 파도를 가르는 전사라 해야 옳았다.
하늘 높이 새가 날고 바다 멀리 상어 꼬리가 보였다.쾌조였다.태평양 낚시에서 새가 날고 상어가 유영하는 곳이면 틀림없이 큰 고기가 있다.이어서 입질이 터졌다.얼마나 큰 녀석이 낚였는지 몸이 끌려갈 정도로 낚싯줄을 차고 나가는 힘이 셌다.대형 견짓대는 고개가 부러질듯 비명을 지르며 견지 낚시 특유의「반자동 드랙 현상」을 연출하고 있었다.
팔라우에서 견지낚시로 대형어를 낚아본 경험이 있는지라 파도타기를 시작했다.파도타기란 전진하는 트롤링선의 속도에 따라 낚인고기가 파도 꼭대기로 올라갈 때는 줄을 감지 않고,파도 뒤켠 밑으로 빠질 때에 줄을 감아들이는 방식이다.혈투 가 벌어진 후1m30㎝에 11㎏이나 되는 와후라는 녀석이 낚였다.
고기는 군집성이 있다.한 마리를 낚으면 곧 이어 다른 녀석이낚인다.정신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입질이 터졌다.
이번에는 김석범 총장이 낚싯대를 잡아들었다.그러나 그 큰 몸집의 김 총장이 땀을 흘리며 온몸으로 줄을 감았지 만 또 한마리의 와후를 낚아내는 데는 30분이 넘게 걸렸다.
부두에 돌아오니 다른 팀이 낚은 1백40㎏ 이상 나가는 블루마린의 잔해가 있었다.아가미에서 주둥이까지 머리통의 길이가 무려 1m가 넘었다.이 블루마린을 낚아내는 데는 한 시간 이상 걸렸다고 한다.
우리는 20세기에 살고 있지만 팔라우의 지금은 원시이고,사이판의 지금은 현대의 물질과 문명이 러시를 이루며,도처에서 개발이 가속되고 있다.두 곳 다 연중 평균 기온은 섭씨 28도고,일몰과 밤하늘의 별들이 인간을 무한한 황홀경으로 이끈다.
또한 쏟아지는 열대성 스콜을 맨몸으로 맞는 천연 레인샤워가 일품이다.
우리나라의 겨울철에 가면 때아닌 열대성 기후의 이국적 맛을 만끽할 수 있다.옷은 캐주얼 몇 벌 가지고 가면 불편이 없다(팔라우 어드벤처 협조/팬코리아여행사 02(738)7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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