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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 컴퓨터 수리 맡겼다가 부품 바꿔치기 피해

중앙일보

입력

우리의 삶은 컴퓨터가 없으면 안될 정도로 많은 부분을 컴퓨터에 의지하고 있다. 오락, 숙제, 정보공유, 사람들과의 만남… 그런데 이런 컴퓨터가 어느 날 고장이 난다면? 

e-나라지표 2005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구당 컴퓨터 보유율은 78.9%로 전세계에서 5위에 해당한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컴퓨터를 수리하는 업체나 업소들도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컴퓨터가 고장났을 때 컴퓨터를 잘 다룰 줄 아는 사용자는 컴퓨터 이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컴퓨터의 기계적인 부분에 약한 사용자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들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대개 수리업체의 전화번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비자는 수리업자의 말 하나만을 믿고 수리비용을 치른다.

그렇다면 수리업체에 맡겨진 내 컴퓨터는 과연 온전할까? 대답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이다.

◇컴퓨터 부품 바꿔치기= 얼마 전 컴퓨터 본체를 열어본 A씨. A씨는 부품을 살펴보다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한 개짜리였던 RAM이 어느새 두 개로 변해있었던 것이다. 기존의 것보다 낮은 사양의 RAM 두 개가 꽂아져 있어 기존의 RAM사양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번도 직접 부품을 건드린 적이 없어 의아해하던 중 몇 달 전 메인보드를 바꾸기 위해 수리를 맡긴 기억이 떠올랐다. 부품을 바꿔치기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시간이 오래 흐른 뒤라 다시 고객센터에 연락하기도 난감했다.

컴퓨터 수리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중 하나가 ‘부품 바꿔치기’이다. 예전보다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인터넷을 살펴보면 그런 피해를 당했다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용산에서 컴퓨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오동철(31)씨는 이와 관련해 “일부 매장에서 그런 일이 있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3~4년 전이라면 메모리와 CPU의 가격 차이가 커 부품 교체로 얻는 이익이 있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한 수익은 거의 없기 때문에 만약 바꿔치기 사례가 있다 하더라도 의도적인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씨는 “고가의 그래픽카드(VGA)는 수리 후 낮은 가격의 그래픽카드로 바뀌어도 일반 소비자가 잘 모를수 있기 때문에 바꿔치기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오씨는 “부품 바꿔치기는 이제 거의 일어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요즘 소비자들 중 컴퓨터 하드웨어에 대한 지식이 높은 분들이 많아 잘못했다간 큰코 다칠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수리비 부풀리기= 소비자가 조심해야 할 부분은 ‘부품 바꿔치기’ 뿐만이 아니다. 소비자의 대다수가 당할 수 있는 피해가 바로 ‘수리비 부풀리기’이다.

2006년부터 6개월간 수리업체 일을 했던 이상인(37)씨. 당시 이씨는 컴퓨터 수리업체인 C사와 체인점 계약을 맺고 교육을 받기 위해 본사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이씨는 수리 기술과는 상관도 없는 ‘수리비 부풀리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씨는 “처음 교육을 받으러 가면 컴퓨터를 전혀 몰라도 수리를 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며 “본사에서 교육하는 것은 컴퓨터 수리 기술보다 수리를 할 때 어떻게 하면 수리비를 부풀릴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수리를 의뢰한 고객이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른다고 판단되면 컴퓨터를 사무실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하고 일단 수거해간다. 수거 후 메모리나 그래픽카드, CPU, 메인보드, 파워 등의 부품 중에서 가장 오래돼 보이는 부품을 고장 났다고 말하고 교체를 요구한다. 부품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교체에 쉽게 동의한다.

수리비 부풀리기는 CPU,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메인보드, 그래픽카드, 메모리, 파워 등 모든 주요부품에서 가능하며 수리비 과다 청구 외에도 수리가 필요 없는 부품에 대한 교체를 유도해 이익을 얻는 방법도 있다.

이때 교환된 부품은 다른 수리 때 재사용할 수 있어 부품값 만큼의 추가이익도 챙길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씨는 “당시 부품 교체시 새 것으로 교체를 의뢰하는 사람도 있고 중고로 교체를 의뢰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때 교체되어 나온 부품을 다시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중고라도 얼마 안된 제품은 깨끗이 청소하면 새 것으로 속여 교체에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수리의뢰 중 본체부팅이 안된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메인보드 슬롯의 접촉 불량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집에서 부품을 뺏다가 다시 끼워 넣거나 먼지를 털어주면 되는 일을 많게는 30만원까지 수리비가 청구되는 경우도 보았다"며 "특히 강남권에서 회사컴퓨터 수리 시 30만원 정도의 수리비를 청구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때 교체되는 부품은 다른 컴퓨터에서 뺀 부품을 다시 사용하는 방법을 썼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업체는 출장비 외의 비용발생 없이 30만원의 순이익을 챙길 수 있었던 셈이다.

수리비 부풀리기를 하지 못해 결국 컴퓨터 수리업을 포기했다는 이씨는 “수리업소 입장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수익이 적기 때문에 수리비 불리기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수리업소는 고객을 소개해주는 본사에 건당 1만원을 소개비로 내고 나머지를 갖는데 하루 한 두건의 수리의뢰로는 유지가 되지 않는다. 수리의뢰가 적은 업소일수록 수리비 부풀리기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씨는 “수리업을 오래해 고정 고객이 생겼다면 수리 일을 여유롭게 운영할 수 있지만 처음 시작하는 경우라면 어쩔 수 없다”며 “양심적으로 수리를 하면 정말 한 달에 100만원도 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씨는 마지막으로 “컴퓨터가 고장 날 땐 먼저 인터넷이나 지인에게 컴퓨터 고장원인을 물어보고 수리 방법과 가격에 대한 정보를 얻고 난 후 의뢰하는 것이 좀 더 안전하며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직접 수리를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바쁜 사회생활에 직접 알아볼 여유시간을 갖기 힘든 사람들은 어쩔 수없이 비싼 수리비용을 감수하고 수리를 의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 보호원에 따르면 컴퓨터 부품 바꿔치기와 관련된 피해접수의 경우 1년에 10건도 채 되지 않는 낮은 수치이다. 하지만 수리업자에게 컴퓨터 수리를 맡긴 사람들 대부분은 컴퓨터 부품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를 당해도 정작 본인이 피해를 당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이 때문에 잠재적인 피해는 훨씬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심선희 명지대학교 대학생 기자


* 컴퓨터 수리 시 체크하세요

- 컴퓨터는 먼지가 많이 쌓이는 기기다. 그만큼 먼지로 인한 이상도 발생할 수 있다. 가끔씩 본체 안의 먼지를 청소해준다.
- 평소 자신의 컴퓨터 사양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두고 수리 후 재확인한다.
- 수리 시 어떤 부품이, 왜 고장 났고 무엇으로 교체되는지 확실히 알아둔다.
- 수리를 받고 난 뒤 컴퓨터에 이상한 점이 생겼다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궁금한 점을 꼭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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