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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행정선진국은이렇다>7.예산과 전문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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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스웨덴.영국 등 선진국들은 교정행정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교정공무원의 자질향상과 전문화에 힘쓰고 있다.특히 스웨덴은 교정행정에도「범죄복지」(Criminal Wealth)라는 개념까지 도입했을 정도다.
얼마전 스웨덴의 유력 일간지『더겐스 뉘헤트레』에 대문짝만하게실린 한재소자의 기고문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기고문을 쓴 재소자는 취재진이 찾은 외스테르 오케르 교도소(소장 아브리트 그뤼니발드.50.여)에 수감중인 빌리버트씨.
레코드회사 사장 출신인 그는 10대소녀 7명을 가수로 데뷔시켜 주겠다고 꾀어 강간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미결수 감방에 복역중이다.그는「교도소 초 호화판」이라는 이 기고문을 통해『TV.라디오가 모두 갖춰져 있고 빨 래감을 맡기면스톡홀름의 고급 호텔보다도 훨씬 더 빠른 3시간안에 돌려받는등고급 호텔을 뺨칠 정도』라면서 교정행정을 통박했다.이래서야 어디 교정.교화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투였다.
스웨덴은 죄질이 가벼운 과실범,사회복귀를 위한 적응이 필요한재소자들을 강력범과 섞이지 않도록 개방교도소(전체 교도소의 42%)에 수용하고 면회오는 배우자와 부부관계를 갖도록 콘돔까지준비해주는 나라다.
조선조 실학자 다산(茶山)정약용이 주장한「부부접견제」와 유사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영국.미국도 범죄자에 대한 징벌보다는 사회복귀.재범방지 및 최소한의 인권보장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다만 일본은 우리와 법 감정이 비슷해 취재진이 돌아본 4개국가운데 가장 엄하고 보수적인 교정행정을 고수하고 있어 재소자의인권침해문제가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된다.
이들 선진국의 교정예산은 교정행정의 현실을 짐작케 하는 척도다. 재소자 한사람당 연간 총비용(92년 기준)은 스웨덴이 4천5백만원(43만 크로나)으로 가장 많고,영국 2천9백만원(2만4천 파운드),일본 2천6백만원(3백30만엔),미국 1천5백만원(1만8천달러.연방교도소 경우)꼴이다.물론 여기에 는 교정시설 관리운영비와 공무원 인건비 등이 포함돼 있다.94년을 기준으로 6백60만원 수준인 우리와는 비교가 안된다.
교정시설이 초호화판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지만 스웨덴의 재범률은 88년 43%에서 93년 38%로 줄었다.반면 한국은 72년 51%였던 것이 현재 약63%로 크게 늘어났고 재범자의 절반이 전과4범이상이다.
선진국들은 교정시설 뿐 아니라 교정 공무원들의 처우개선 및 자질향상을 위해서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급여수준만 보더라도 교정 공무원들은 다른 직종 공무원보다 10~50%가 더높고 혜택도 많다.
일본 후츠(府中)형무소 총무부장 구보 후지히코(久保藤彦)는『전 직원이 형무소 근처 아파트 관사를 지급받아 집세 부담에서 해방돼 부러움을 산다』고 말한다.때문에 극단적 사례지만 자식에게 10년간 직업을 감춘 교정공무원이 있는 우리나 라와 달리 선진국 교정 공무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영국 홀로웨이 여자교도소의 3년경력 교도관 오크셔 셔렘홀(27.여)은『91~92년교도관 채용시험에서 2천4백70명 모집에 약 20대1의 경쟁률을 보였고,90년에는 5만여명이 지원 하기도 했다』며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영국의 교도관 지원자는 필기시험.신체검사,특히 경찰서의 까다로운 인성검사를 받고 1개월간의 지방교도소 현장 적응테스트를 거친뒤 선발되며 교정연수원에서 범죄사회학.법학.무술 등 교육을8주간 받고 배치된다.그러나 이후에도 간부들은 매년 내무부 산하「교도소위원회」가 부과하는 점검시험을 치러야 하는등 자질향상노력에 끝이없다.
미국은 대학 학비 전액을 지원,사법행정학등 2년과정의 대학연수를 받게 해준다.
우리도 이제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바람직한 교정제도의 정착을위한 과감한 투자와 함께 전문인력의 육성이 필요한 때다.〈끝〉〈金泳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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