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 대학 인터넷 강의 시험 부정행위 만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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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공부를 밤 새워 한 O대학 A학생은 시험공부를 전혀 하지 않은 B학생의 온라인 시험을 대신 봐줬다. 이렇게 미리 시험문제를 본 A학생은 몰랐던 문항을 다시 공부하여 본인의 시험은 만점을 받았다. 이 대학 인터넷 강의 특성상 3일간의 시험기간 중 아무 때나 한번만 접속하면 되기 때문에 1인 2역이 가능했고 덕분에 B학생도 몇 문제 틀리지 않고 중간고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현재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전국 4년제 대학 개설 강의 중 인터넷 강의 개설을 각 대학 재량에 맡겨놓아 정확한 과목 수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대체로 기존 대학 내 1~3%가 인터넷 강의로 개설된다. 아무리 적은 비율이라지만 한 학기에 몇 백 명의 학생들이 인터넷 강의로 학점을 따는 셈. 학생들 사이에 이미 관행처럼 퍼져있는 인터넷 시험 부정행위 유형은 그야말로 상상초월이다. 족보처럼 내려오는 부정행위 비법을 '양심 선언'한 학생들을 통해 유형별로 살펴본다.

◇지난 학기 수강생을 찾아라!=한글이 낯선 외국인 학생의 경우 지난 학기 수강생을 찾아 밥 한 끼 정도면 시험을 대신 봐주기도 한다. 자신이 봐서 다 틀리느니 대충이라도 친구가 봐주는 것이 훨씬 낫다는 심산.

지난학기 인터넷 강의에 좋은 학점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선배가 시험을 같이 보자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시험공부’가 아닌 ‘시험’을 도와준다는 것은 그야 말로 상상도 못할 일.

이렇게 시험문제를 다른 학생 ID로 미리 풀어본 후 정작 본인의 시험은 만점을 받는 이른바 ‘시험 예행연습’. 인터넷 시험에서는 대리시험도 완전범죄다.

인터넷 강의 쪽지 시험을 볼 때 5명의 친구들이 순서를 정하고 그에 따라 한명씩 5명의 시험을 한꺼번에 보기도 한다. 이렇게 자기차례만 공부를 해 5명의 시험을 치르면 5번의 쪽지 시험 중 한번만 공부하면 된다. 상부상조, 그야말로 옛 조상들의 품앗이 정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숙사와 같이 쉽게 모일 수 있는 장소는 그야말로 아지트다. 시험범위 중 일부씩 나누어 공부하고 한명 ID로 접속해 모여앉아 각 파트별 담당자가 나누어 문제를 푸는 것. 이때 이동이 편리한 노트북과 프린트 물, 교재 준비는 필수다. 이렇게 총 4명의 시험을 차례대로 마치면 만점은 따 놓은 당상.

쪽지시험이나 정기시험때 문제의 정답을 입력하기 전에 [제출] 버튼을 누르면 [확인/취소] 버튼을 한 번 더 클릭 하도록 안내창이 뜬다. 이때 화면을 그대로 둔채 재빨리 교재를 찾아 정답을 찾은 후 [취소]버튼을 누르고 정답을 기입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정해진 시간보다 더 오래, 정확하게 시험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해당 대학교 인터넷 강좌팀에 문의한 결과 “평가 방법은 각 교수 재량에 맡겨놓은 상태”로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대책은 강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백약이 무효! = 일부 사이버 대학교에서는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본인 확인 절차 등 안전 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한국사이버대는 대리시험을 막기 위해 금융권 수준의 본인 확인 절차를 도입, 범용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로그인하도록 했다. 또 이중 IP접근 금지 시스템을 도입, 각자 다른 장소에서 한 대의 컴퓨터만 사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동이 편리한 노트북의 경우 얼마든지 모여서 시험을 볼 수 있고 심지어 다른 사람이라도 로그인이 가능하다. 카메라로 실시간 얼굴인식을 하지 않는 이상 본인이 시험을 보고 있는지 알 리가 만무한 실정. 인터넷 시험의 특성상 같은 시간에 모든 학생이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증서 발급과 IP체크 역시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이다.

한양사이버대는 학생들이 시험시간 중에는 컴퓨터상에서 다른 화면을 띄울 수 없도록 하는 제어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사이버외국어대도 시험 도중 다른 인터넷 창을 열거나 열려고 시도하는 횟수를 3회 이상 넘긴 학생은 담당 교수에게 통보돼 성적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런 방지 대책에도 허점은 있다. ‘인터넷 시험 = 오픈북 시험(관련자료 활용이 허용되는 시험)’이라는 부등식은 이미 학생들 사이에 일반 상식수준. 인터넷 검색 사이트나 메신저를 통하지 않고도 컴퓨터 옆에 프린트 물이나 책을 펴놓고 시험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허용하는 한 얼마든지 오프라인으로 부정행위는 가능하다.

◇일반대는 부정행위 천국= B대학에서는 수강생 모두 전산실에서 조교 감독 하에 시험을 치르는 방법을 시행중이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무용지물일 수 있다. 인터넷 강의 특성상 인터넷 접속이 불가피해 메신저나 메모장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친구끼리 아이디를 바꿔 들어가는 경우도 발생한다. 부정행위로 시험 중에 퇴실 당한 이 대학 C학생은 “몰라서 다 틀리느니 차라리 메신저로 부정행위해서 시험 보다가 걸려도 본전이라는 생각 뿐” 이었다며 부정행위 사실조차 당당히 밝혔다.

오프라인 시험 시 부정행위가 적발 되면 해당학생의 퇴실조치와 심한 경우 F학점까지 각오해야 한다. 반면 부정행위를 하고도 얼마든지 당당하게 A+를 받을 수 있는 인터넷 강의는 이런 위험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이 당연지사. 학교마다 매 학기 인터넷 강의 신청은 하늘의 별따기다.

부정행위를 막고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도입하고 있지만 그나마 사이버 대학의 경우에만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부분적으로 인터넷 강의를 실시중인 일반 대학의 경우 그야말로 부정행위의 천국이다.

“다들 ‘삼삼오오’모여 부정행위 하는데 혼자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결국 나만 손해가 아니냐“는 D학생. 부정행위가 당연시 되고 있는 세태 속에서 하루속히 그 해결책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경 명지대학교 대학생기자

(*이 기사는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와 산학협력으로 작성된 기사로 조인스닷컴의 입장과는 다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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