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남북경협시대>下.어떻게 해야 가속화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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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북경협의 성패는 남북이 이제 막 걸음마를 떼어놓기 시작한 경협을 변화무쌍한 서울~평양의 정치파도로부터 얼마나 보호할 수있느냐에 달려있다.
지난84년11월 남북이 최초로 경제회담을 연이래 지난 10년간 남북경협은 줄곧 경제문제가 아닌 정치의 종속변수로 취급돼왔기 때문이다.
경제적 차원에서 남북경협의 향후 과제는 크게 2단계로 나눠 생각해 볼수있다.
우선 기업인 방북(訪北)등으로 시동이 걸린 남북경협을 더욱 확대키 위해 기존 위탁가공 위주의 남북경협을 직교역.직접투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위해 남북은 경제 공동위등을 열어▲직항로 개설▲청산계정설치▲2중과세 방지협정등을 체결해야 한다.
남북은 이같은 내용의 남북경협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단계로 본격적인 남북 경협을 추진하게 된다.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이어 남북간 사회간접자본을 연계시키는 것은 물론 이미 투자된 남북 합작 규모도 대폭 늘리게 된다.말그대로 남북이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남북의 정치관계다.
지난 10년간을 돌이켜보면 남북경협은 철저히 서울~평양간 파워게임의 종속 변수로 다뤄져왔다.
그결과 남북경협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수준에 머물러있는 실정이다.
단적인 예로 경협만을 떼어놓고 생각하면 현재 상황은 지난 89년 상황과 아주 흡사하다.
지난 88년 7월 노태우(盧泰愚)대통령은 남북교역 문호개방을선언했다.
정치권의 이같은 신호에 당시 국내 재계(財界)는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89년 1월 정주영(鄭周永)현대 회장이 방북,금강산(金剛山)개발권을 따낸데 이어 코오롱상사의 신용장 개설(89.7)과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의 방북(92.1),그리고 남포공단조사단 방북(92.1)등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 92년 일시에 중단됐다.
그해 10월 정부가 조선노동당 사건을 계기로 경협중단 조치를취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6년뒤 남북은 똑같은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정부가 10.8 남북경협 재개를 발표한이래 국내 기업들은 또다시 북한측과 끈을 대려고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남북은 서로 경협-남북관계 연계 정책을 고수한 나머지 남북 경제 공동체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6년이란 황금같은시간을 허송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남북경협에서 정치의 논리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남북이 경협만큼은 철저히 경제논리를 적용하는 자세를 갖는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남북이 경제논리에 충실할때 비로소 정치논리도 가동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풀어 설명하면 경협을 대북(對北)지렛대로 쓰고 싶은 서울이나단 한푼의 달러가 아쉬운 평양 양측 모두 당분간은 「경협=정치카드」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협이 잘되면 정치관계도 자연히 발전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치관계를 우선한 결과 정치나 경제 어느 쪽도 진전을볼수 없었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호재(李昊宰)고려대 교수는 『좀 늦기는 했지만 정부가 핵-경협 연계고리를 푼것은 적절한 조치』라며 『그동안 통일만 내세우며 논쟁과 시비로 국력만 분산시킨 못난 정치가들은 당분간 뒤로 물러나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 경제논리에 따른 남북경협을 강조했다.
〈崔源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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