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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여성 사회진출 눈부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여성 대법관이 지난 91년 2명 탄생했다.
여성변호사도 전체 변호사(2천6백여명)의 40%나 돼 한국(1.3%)에 비해 무려 30배가 넘는다.그렇다면 리 前 총리가진정으로 후회하고 있는것은 무엇인가.여성의 취업 때문에 전통적성역할 구조에 이상이 생긴다는 것.
아이들을 키우고 집안일을 돌보는 여성의 전통적 역할에 변화가불가피하며 이에따라 사회안정의 뿌리가 되는 가정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고촉통(吳作棟)총리는 국가기념일 행사 연설에서 이를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10대 미혼모와 사생아급증,청소년범죄등 서구사회의 문제는 가정에서 남성이 더 이상 가정의 머리가 아닌 엑스트라의 역할로전락한 결과다.』 곧바로 싱가포르 정부는 과부와 이혼녀를 제외한 미혼모에 대해 주택구입시 불이익을 주는 정책을 발표했다.
미혼모에게는 정부 산하기관인 주택개발위원회(HDB)가 분양하는 아파트의 신청자격을 주지 않는 것.이에따라 미혼모들은 신규개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없게 돼 30%정도 더 높은 가격에일반주택시장에서 거래되는 아파트를 구입해야하는 불이익을 안게 된다.한때 범한 과오(?)에 대해 불이익을 가함으로써 미혼모의증가및 사생아출생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게다가 가계부양 책임을 맡은 여성공무원의 부양가족 전부에게 의료혜택을 주지 않는 불이익정책도 나왔다.또 남성의 경우 미취업 아내(전처도 해당됨)가 있다면 부양가족으로 인정해 소득세감면을 받을 수 있는 반면,여성은 일하지 않는 남편 에 대해 같은 감면을 요청할 수 없게 했다.이같은 불이익정책에 대해 여성국회의원들과 싱가포르 여성단체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36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싱가포르 여성조직위원회의 한관계자는『미혼모 혼자 아이를 맡아 키우는데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또다른 불이익을 준다는것은 잘못』이라며『미혼모에 대한 불이익은 미혼모가 낳은 자녀의 부양문제등 또다른 문제 를 확산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행동과 연구를 위한 여성협회의 콘스탄스 싱암의장은『여성공무원부양가족에게 의료혜택을 주지않는것은 사회참여가 당연시되는 여성을 가정에 묶어두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여성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한국에 비해 여성의 사회진출이 훨씬 활발한데도 가정내에서는 아이들을 돌보는 어머니로서,그리고 직장에서는 경력을 쌓아야하는 커리어우먼으로서 2중 부담을 안고있는 것이다.
[싱가포르 =康弘俊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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