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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한 뒤 골프장 연못 빠져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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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일 오전 10시30분쯤 충북 진천군 이월면 C골프장. 8번 홀(파3)에서 티샷을 한 박모(46)씨의 공이 그린 앞의 연못(해저드)에 빠졌다. 다른 동료 한 명도 공을 연못에 빠뜨렸다. 연못과 그린 사이는 15도 정도의 경사였다.

박씨와 동료는 캐디 김모(32.여)씨와 함께 카트를 타고 연못 쪽으로 이동했다. 동료가 먼저 그린 왼쪽과 연못 사이의 경사진 곳에 있는 해저드티에서 두 번째 샷을 해 그린으로 볼을 올렸다.

박씨도 이어 해저드티에서 샷을 해 그린으로 볼을 올렸다. 이를 본 캐디 김씨가 박씨에게 퍼터를 주고 그린 오른쪽에서 볼을 찾고 있는 일행에게로 달려갔다.

박씨를 제외한 일행 3명도 박씨의 볼이 그린으로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다른 일행이 잃어버린 볼을 찾기 위해 그린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이때 일행과 캐디는 박씨가 걸어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잠시 뒤 일행 뒤에서 "어, 빠진다"는 소리가 들렸다. 이 소리를 들은 일행 강모(44)씨가 달려갔더니 박씨는 깊이 3m의 연못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강씨는 박씨에게 퍼터를 건네 잡게 했지만 잡지 못했다. 강씨는 이어 자신이 입고 있던 점퍼를 퍼터에 묶어 다시 던졌지만 이미 박씨는 연못 가장자리에서 4~5m 안쪽으로 들어가 가라앉고 있었다. 강씨는 물에 뛰어들었지만 박씨를 건지지 못했다.

박씨는 연못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결국 숨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는 30분 뒤 연못에서 박씨의 시신을 인양했다. 이날 새벽 진천군 일대에는 5㎜ 안팎의 비가 내려 골프장이 미끄러운 상태였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충북 진천경찰서 관계자는 "일행과 캐디 등을 불러 조사한 결과 박씨가 공을 친 뒤 이동하다 미끄러져 물에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박씨가 어디로 이동하다 어떻게 빠졌는지에 대해서는 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목격자와 골프장 관계자를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진천=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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