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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 선진사회로 가려면 Legal Mind 키워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8호 02면

온통 법과 관련된 뉴스입니다. 그래서 많은 지면을 할애하기도 했지만, 그 배경에는 ‘Legal Mind(법적 사고력)를 길러야 한다’고 외치고 싶은 마음도 깔려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중앙일보 경제면에 연재된 ‘파워! 중견기업’ 시리즈에 등장했던 기업인 100여 명을 초청한 자리에 갔었습니다. 옆자리의 CEO 한 분이 “기업인을 죄인으로 보는 사회 풍토”를 한탄하더군요. “사업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탈법 행위에 연루 될 수 있는 사회적 상황을 누구나 알고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더군요. 물론 그렇다고 탈법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책임을 기업인에게 돌리기 힘든 것도 현실입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무한 토론이 가능한 주제죠. 크게 보자면 우리 사회 전반의 법적 사고력, 좀 더 좁은 의미에서 준법의식이 부족하다고 해야겠죠. 법을 무시하는 풍토는 슬픈 역사의 산물이라고 합니다(정용상 동국대 교수). 일본 제국주의와 해방 후 독재정권이 법을 악용하는 바람에 법의 권위가 무너졌습니다. 법을 어기고 체제에 저항하는 것이 독립운동·민주화운동으로 칭송받아 왔으니까요. 이미 그런 시대가 한참 지났는데도 우리의 의식은 여전히 뒤처져 있습니다.

온갖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것도 이런 사회 풍토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기업인 출신이기에 유권자들이 요구하는 도덕성의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은 셈이죠. 물론 이번 주 검찰의 BBK 수사 발표는 지켜봐야 합니다. 검찰 고위관계자의 발언에 따르면 애매모호하게 발표하지는 않을 듯합니다(1면). 발표 결과가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대선 이후 차기 정권에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전망은 Preview(10면)를 참고해 주십시오. 어쨌든 이번 주중 대선판세는 사실상 굳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 사회의 Legal Mind를 크게 진작시킬 수 있는 계기의 하나가 한국형배심제(국민참여재판)의 도입이라 판단해 Special Report 주제로 삼았습니다. 배심제는 영국에선 11세기부터 시행하던 민주적 장치입니다. 일반 국민이 배심원으로 재판에 직접 참여하고, 유·무죄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사법 민주화의 보루인 동시에 시민의 Legal Mind를 키워주는 훌륭한 교육기회이기도 합니다.

영국의 초급심인 치안법정(Magistrates’ Court)은 아예 재판관(Magistrate)이 판사가 아닙니다. 양식 있는 신사들이 명예직으로 맡습니다. 중요한 것은 재판관이 법률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이죠. 물론 법률 전문가인 서기의 도움을 받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건전한 상식으로 재판한다는 의미입니다. 간단한 사건은 거의 모두 치안법정에서 끝납니다. 국민 모두가 그 권위를 인정하니까요.

영국의 사법제도는 어쩌면 고리타분해 보이지만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습니다. 영국인들의 Legal Mind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선진국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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