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어눌한 소시민들 ‘뭉치면 웃긴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8호 21면

연극 ‘서툰 사람들’

12월 7일(금)~2008년 3월 2일(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화·목·금 오후 8시, 수 오후 4시·8시, 토·일·공휴일 오후 3시·6시(월 쉼)
문의: 02-766-6007

2004년 한 해 동안 총 15편의 연극으로 17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던 화제의 프로젝트 ‘연극열전’이 시즌2로 되돌아온다. ‘연극열전’이 한국 근현대의 문제작 20여 편을 파노라마처럼 제시했다면, 배우 조재현이 프로그래머로 변신한 ‘연극열전 2’는 현재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인기작들로 꾸려진다. 개막작은 대학로와 충무로를 넘나들며 특유의 스타일을 과시해 온 장진 감독의 ‘서툰 사람들’이다.

23세에 썼던 극본을 직접 연출하는 ‘서툰 사람들’은 허름한 독신자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요절복통 상황극이다. 여교사 유화이의 집에 어눌한 도둑 장덕배가 침입하지만 밧줄 하나 제대로 묶지 못하는 도둑과 호기심 많고 정 많은 집주인은 티격태격 친구가 돼 간다. 여기에 자살소동을 벌이는 아래층 남자 김추락과 유화이를 짝사랑하는 영업사원 서팔호, 유화이의 별난 아버지 유달수가 끼어들면서 작은 공간은 복합적인 관계의 꼬임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1997년 부산 가마골 소극장 무대에 올려진 뒤 현재까지 10년간 장기 공연되고 있다.

장 연출이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한바탕 웃기는 소극”이라고 소개한 대로 극은 장진식 상황극의 모체나 다름 없다. 충무로 데뷔작 ‘기막힌 사내들’(1998)부터 ‘킬러들의 수다’(2001) ‘박수칠 때 떠나라’(2005), 또 올해 각본·제작을 맡은 ‘바르게 살자’까지 장진의 등장인물들은 어딘가 어설프고 엇나간다. 캐릭터를 비트는 힘은 작은 반전과 서로를 눙치는 대사들에서 나온다.

이번 극에서도 “만원은 남겨둘게”라고 말하는 도둑에게 “저 비상금 있어요”라고 답하는 집주인 등이 소시민의 해학을 리드미컬한 템포로 버무려낸다. “어떤 메시지를 준다기보다 ‘나도 저렇게 바보처럼 살면 속 편하겠다’고 느끼면 그만”이라는 게 장 연출의 바람이다.

케이블TV 화제작 ‘별순검’에서 이지적인 총지휘관 강승조를 맡고 있는 류승룡과 어쭙잖은 반골 캐릭터가 일품인 배우 강성진이 장덕배를 연기하는 등 소위 ‘장진 사단’이 대거 출연한다. 당차고 귀여운 집주인 유화이에는 연극무대에 처음 도전하는 ‘바비인형’ 한채영이 장영남과 함께 캐스팅됐다. 대학로의 르네상스를 꿈꾸는 ‘연극열전 2’의 수익금 일부는 한국연극인복지재단과 나눔문화연대에 지원될 예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