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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환경을살리자>38.김포 위생매립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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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포해안의 개펄에 세워진 6백30만평 규모의 수도권 매립지.
국내 최초의「위생매립지」가 어마어마한 규모의 또다른 환경오염원으로 등장해 물의가 커지고 있다.부실설계에 날림시공,운영부조리까지 겹쳐 운영관리 책임자가 정부에 특별감사를 요청하는 진기한 사태까지 이르렀다.실태와 문제점을 현장 취재를 통해 점검했다. 김포 수도권매립지는 어둠이 깔리면서 아연 활기를 찾는다.
밤을 기다려 서울.인천.경기지역에서 달려온 트럭들은 차가운 수은등 불빛을 받으며 차례차례 쓰레기를 토해낸다.
우리나라 최대의 해안매립지 김포에 쌓이는 쓰레기는 8t트럭 4천3백85대분량인 하루 3만5천여t.
92년 11월4일 서울지역 쓰레기가 반입되기 시작한지 2년동안 줄잡아 2천여만t의 쓰레기가 난지도에 이어 또하나의 고원을만들고 있다.그러나 개펄을 메워 조성된 이 거대한 매립지는 문을 연지 2년여가 지나자 몸살을 앓고있다.
높이 8m의 2단계 매립을 끝내고 13m까지의 3단계 매립에들어선 1공구는 제방옆구리를 빙돌아 곳곳에서 침출수가 새어나오고 있고,처리장에서 나오는 방류수는 환경처의 수질기준을 4~5배나 초과한채 인천앞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이에따라 인근 지하수는 유해중금속에 오염되고 암모니아성 질소는 환경기준치를 최고 3백82배나 초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가하면 쓰레기더미속의 침출수를 제대로 뽑아내지 못해 높이8m의 고원은 마치 물위에 뜬 상태여서 붕괴위험까지 우려되고 있다. 가장 위생적이고 모범적으로 시공됐으며 앞으로 전국에 건설될 1백82개 단독.광역매립지의 모델이라는 김포매립지가 부실설계.시공.운영관리로 처치곤란한 오염덩어리로 변해버린 것이다.
쓰레기 운반트럭이 뽀얀 먼지를 날리며 꼬리를 물고 올라가는 매립지 제1공구.
1백23만평을 3m높이로 둘러싼 제방을 따라 군데군데 웅덩이가 패어있고 여기에 괸 시커먼 침출수가 모터펌프를 통해 탱크차에 실리고 있다.
침출수가 매립지 바닥에 깔려있는 차집(遮集)관로를 통해 처리장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윗제방과 아래제방 사이로 새기시작한 것은 지난 4월29일.
침출수 처리장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F블록에서 마치 원유가 용출되듯이 뽀글뽀글 솟구쳤다.
쓰레기매립이 시작된지 1년반만이다.
이어 7월 들어서는 D블록과 처리장 인근의 K블록에서도 솟구쳐 임시방편으로 웅덩이를 만든뒤 하루 2백t가량의 침출수를 탱크차에 실어 나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것이 10월들어서는 제방을 따라 전지역에서 새기 시작해 현재 침출수 누출지점은 모두 16개소.
『쓰레기더미가 쌓이면서 마치 그릇이 넘치듯 사실상 제방을 빙돌아가며 전체적으로 새고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는 환경관리공단 최경진(崔敬珍)과장의 설명이다.
***주변피해 확산 이같은 침출수 누출로 김포매립지 주변의 지하수는 독성폐수로 변했다.
환경처가 92년부터 지난 5월까지 김포매립지 외곽의 지하수 검사정 7개소에 대해 수질을 측정한 결과 음용수에서 검출돼서는안되는 시안과 수은이 최고 0.002~0.02PPM씩 검출됐다. 또한 청색증을 유발하는 질산성질소가 음용수기준을 6배 초과한 59.6PPM이,분뇨에 많이 포함된 암모니아성 질소는 음용수기준을 3백82배나 초과한 1백91PPM이 각각 검출됐다.
질산성질소의 경우 매립지 조성 전인 88년 환경영향평가서 작성때보다 6백배나 심화된 것이다.
이와함께 납.망간.페놀등 중금속및 유해유기물질도 음용수기준을최고 74배까지 초과했다.
지난해 9월에는 폭우로 침출수 차단막이 터지면서 침출수가 빗물관로를 통해 흐르는 바람에 붕어.「빠가사리」등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죽음의 물」은 손에 잡힐듯 3㎞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서해까지 느릿느릿 흘러가고 있다.
***수질개선 어려워 침출수 처리에 가장 큰 문제는 화학적산소요구량(COD).
침출수를 정화해 방류하기 시작한 92년11월부터 환경기준(1백PPM)을 초과한 1백50PPM을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수질환경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현재 방류수질은 3백~6백50PPM.
이는 수질환경기준을 3배이상 넘은 것으로 환경처가 매립지를 조성하며 설정한 목표수질 40PPM에 비해서도 최고 15배가량초과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환경처는 93년9월부터 펜톤(FENTON)산화처리와회전원판처리(RBC)방식의 3,4차 처리시설을 추진해 현재 시험운전중이며 이번주안에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같은 고도처리로도 목표수질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8일 첫 시험가동한 결과 2차처리를 마친 침출수의 농도가 3백92PPM이었으나 3,4차처리를 마치고도 2백7~2백37PPM으로 환경기준을 2배이상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부터 겨우 93~1백PPM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또한 불안하다는 현장관계자의 설명이다.
수도권매립사업본부 박기혁(朴基爀.운영과)대리는『처리에 오차가있는 법이므로 최소한 60PPM정도는 돼야하며 1백PPM을 약간 밑도는 현재의 수준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완벽한 오염처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민병찬(閔炳贊)본부장이 국정감사에서『책임질 수 없다』고 답변한 이유이기도 하다.
***설계부터 부실 근본원인은 원천적으로 설계와 시공부터의 잘못. 무엇보다 침출수를 모아서 처리장으로 보내는 차집관로 주위가 자갈이 아닌 미세한 입자의 흙으로 채워져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관로에 뚫려있는 구멍이 막혀 침출수가 스며들지 못하고 쓰레기층에 머무르고 있다.
비록 스며든다해도 차집관로의 경사가 0.4~0.65%로 1백m길이에 40㎝의 기울기 밖에 되지않아 침출수가 처리장까지 흘러가지 못한채 관로주위에 고여있다는 것이다.
또 개펄층으로 이뤄진 약한 지반위에 깔려있는 차집관로가 쓰레기층의 균일하지 않은 하중을 받아 S자형으로 구부러지는 부등침하(不等沈下)현상까지 발생해 침출수의 운반이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3m높이 1단계 매립층 제방의 2m가량까지는 침출수로 채워져 있어 2~3단계의 매립층은 마치 물위에 뜬 형국이 돼버렸다. 이 위로 쓰레기가 계속 쌓이면서 침출수는 계속 흘러내리고 무게는 무게대로 실려 1단계 쓰레기층이 눌리면서 침출수가 짜내듯이 새어나오는 것.
게다가 쓰레기포장용 비닐이 수막을 형성하면서 아래로 흐르지 못한 침출수의 일부가 옆으로 흘러 제방과 제방사이로 새어나오는것이다. 〈그림참조〉 특히 쓰레기포장용 비닐은 내년 종량제실시와 함께 더욱 늘어날 전망이어서 침출수 누출문제는 한층 심화될것으로 보인다.
***땜질보수와 대안 침출수가 새자 환경처는 5억1천3백만원을 들여 95년말까지 1공구 제방측면을 따라 총 1백17개의 펌프를 설치해 이송처리할 방침이다.제방 외부에는 12억원을 들여 집수정과 펌프장을 추가설치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빗물을 침출수와 섞이지 않도록 분리해 흐르도록 한 도수관이 당초 플라스틱재질의 관으로 설치돼 있었으나 막상 비가오자 둥둥 떠버려 다시 1억1천8백만원을 들여 콘크리트 관로로바꿨다. 이에따라 플라스틱 관로 설치비용 1억2백만원이 그대로낭비된 셈이다.
매립지측은 한편 침출수가 흘러나오는 1단계와 2단계 제방사이를 빙둘러 침출수관로를 설치할 예정이다.
어차피 쓰레기가 4단계,5단계 쌓여 8단계에 이르면 가장 밑바닥의 침출수관로에 모이지 못하는 만큼 각각의 제방 옆면을 따라 침출수가 새어나올 것이므로 이를 외부에서 끌어모으겠다는 발상이다.당연히 악취공해가 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로서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다.
『매립지 1공구는 사실상 거대한 실험장인 셈입니다.어차피 완벽한 보완시설은 불가능하므로 시행착오를 통한 경험축적의 효과라도 거두어야지요.』 매립계획과 崔과장의 말처럼 이미 1공구는 위생매립지로서는 실패했다.
다만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면서 앞으로 남은 2~5공구를 어떻게하면 제대로 설계.시공.운영할 것인가가 과제다.현재 드러난 문제점을 미루어 개선해야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침출수의 이송이 가능토록 차집관로의 경사를 1%선을 유지하고 부등침하가 발생하지 않도록 바닥을 단단히 고르는 것이다. 둘째,2단계.3단계의 쓰레기층에서 침출수가 1단계 아래로 흘러내리도록 복토층의 공극(空隙)을 유지하고쓰레기 포장용 비닐을 완전해체해 침출수가 고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저류조를 따로 만들어 비가 올 경우 침출수 처리장의 과중한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朴鍾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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