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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논단>李鵬총리 訪韓의 여운-對中외교 경제논리로 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퇴색하고 경제 논리가 세계를 지배하는 오늘날,중국은 팽창하고 있는 경제력과 엄청난 잠재 구매력을 배경으로 국제 사회에서 발언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78년 이후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해 온 중국은 경제적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5천억달러 규모로 이를 구매력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세계 3위 수준이다.
또한 세계은행은 2020년께,영국의 국가전략연구소는 2010년께 중국이 세계 최대의 단일 시장이자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될 것으로 각각 예측한 바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경제가 외교의저력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최혜국 대우(MFN)연장과 관련된 美中간 협상 과정에서중국의 태도가 과거와 달리 강경했다는 것은 무엇보다 경제력 증대에 따른 대외적인 자신감 표현의 하나라고 할수 있다.
중국 외교의 자세 변화와 관련하여 리펑(李鵬) 총리 방한의 전략적 속뜻을 살펴보려면,이번 방한이 시기적으로 김일성(金日成) 사후(死後) 북한내의 권력승계와 北-美 고위급회담 타결과 맞물려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李총리의 방한을 통해 체제 안정에 자신들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북한에 자극의 메시지를 보내면서,北-美 관계 개선을 우려의 눈으로 보고 있는 한국에는 韓中간 협조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은 北-美 영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한국은 물론美日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압력을 행사해 왔으며,이번 방한을 美日등에 대해 유리한 외교적 고지를 점하는 계기로 삼으려 할 것이다. 결국 李총리의 방한목적은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역할 증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은 향후 對한반도,특히 對한국 정책에 있어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李총리의 방한에 정경분리란 원칙과 중국식 정상 외교 관행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중국이 韓中간 수교 이후에도 정경분리란 원칙을 고수하는 궁극적인 속셈은 최근 핵문제에 대한 北-美 합의에 따라 한반도를 중심 으로한 동북아 정치 구도의 재편 과정에서 남북한 각자가 안고있는 문제점을 십분 활용하여 정치.경제적인 실익을 챙기겠다는 실리 추구에 있음은 물론이다.
한편 일반적인 외교 관행에서 본다면 우리 대통령의 중국방문에대한 장쩌민(江澤民) 국가 주석의 답방이 관례임에도 불구하고 李총리가 방한한 것에 대해 외교적 상호주의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도 있다 .
그러나 가능하면 상대국 정상을 중국으로 불러 들인다거나 美中수교 당시 닉슨 대통령의 방중에 당시 총리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이 답방했던 것처럼,중화 사상(中華 思想)에서 비롯된 자기 중심적인 중국측 정상 외교 관행을 이해한다면 李 총리의 답방을일반적인 외교관행의 차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李총리의 방한에 대해 우리 대통령의 방중에 대한 답방 혹은 경협 확대라는 1차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중국이 국제 사회에서의 발언권 확대를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파악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생각이다.
다시 말하면 이번 李총리의 방한은 정경분리란 원칙에 근거한 등거리 외교를 통해 남북한을 동시에 조정할 수 있는 對한반도 영향력 확보와 향후 동북아지역의 국제 정치력 확대에 목적을 둔기본 포석임을 알아야 한다.지금 중국은 경제 논 리가 지배하는시대적 조류에 걸맞게 급팽창하고 있는 경제력과 여기에서 발산되는 유인력을 배경으로 실리 외교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李총리의 방한으로 중국 고위층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양국 관계에 있어서 명분보다 실리를 ,냉전적인 사고보다는효율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협력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우리 앞에 개혁.개방을해야할 북한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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