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災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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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중국의 신화를 보면 가뭄과 홍수를 일으키는 악신을 성인이 나타나 쫓아내고 백성들이 편히 살 수 있도록 했다.요(堯)가 활의 명수 예(예)를 시켜 10개의 태양을 쏘아 떨어뜨린 것이다.우(禹)가 9년 치수로 황하의 물길을 바로잡은 것이 그 예다. 재(災)는 (천.川과 같음)과 火(불)의 결합으로 홍수와 가뭄을 의미한다.농경민족에게 그것보다 더 큰 재앙은 없다.
지금은 단순한 자연현상으로 이해하지만 옛날에는 하늘이 못된 인간을 꾸짖기 위해 내리는 벌로 알았다.따라서 災의 본디 뜻은「천벌」이다.
한편 앙(殃)은 알(알.앙상한 정강이 뼈)과 央(앙.가운데)의 결합이다.참고로 살이 조금 붙어 있는 뼈가「骨」이다.어쩐지모습이 비슷하다.그런데 사람이 죽을 때는 뼈만 앙상하게 남으므로 알은「죽음」을 뜻하기도 했다(死.歿.殞.殆. 殉등).
그러니까 殃은 죽음(알)의 한 가운데(央),즉 반드시 죽게 되는 경우다.따라서 재앙(災殃)이라면 하늘이 홍수나 가뭄과 같은 천벌을 내려 사람이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재앙이라고 할 정도의 사건이 자꾸만 일어나고 있다.다리가 무너지는가 했더니 유람선에서 불이나 떼죽음을 당했다.악신의조화(造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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