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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입으면 부팅 … '패션컴' 세상을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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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201X년 1월. 회사원 유미래씨의 출근 준비는 ‘컴퓨터 코디’가 알아서 척척 해 준다. 집에 있는 컴퓨터가 그날의 날씨와 약속의 종류에 따라 겉옷을 골라 준다. 또 심장이 약한 그의 심장 상태를 점검한 데이터를 병원에 전달할 수 있는 속옷을 꼭 입도록 권한다. 그의 옷에는 전자태그가 붙어 있다. 컴퓨터는 이를 통해 옷의 색상·재질·형태·디자인 정보를 꿰고 있다. 그래서 대충 옷을 입고 나가려고 하면 “너의 오늘 일과를 보면 그런 옷을 입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도 한다.

바이어를 만나 상담하는 날에는 챙길 것도 적잖다. 액세서리를 하고 반지를 꼭 끼어야 한다. 팔목에 차는 액세서리엔 상담에 필요한 정보와 상대방에게 줄 선물, 개인 정보 등이 저장돼 있다.

반지는 상담실 내 모든 기기를 조정할 수 있는 리모컨 역할을 한다. 명함은 지니고 다니지 않는다. 상대방과 악수만 하면 몸 안의 전류를 통해 유씨의 연락처 등이 자동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상담실 내 조명도 손가락 반지가 조절해 준다. 손가락으로 스위치를 가리키면 된다. 프레젠테이션 화면 조작도 손가락 몫이다. 그는 바이어와 헤어질 때 악수하면서 바이어 취향에 맞는 클래식 음악 파일을 전송했다.

이런 세상이 멀지 않았다.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웨어러블 컴퓨터 패션쇼’에선 옷과 컴퓨터가 어떻게 결합해 우리의 일상생활을 바꿔놓을지를 한눈에 보여줬다. 팔목에 작은 기기를 차고 나온 남녀 모델은 서로 손을 잡고 MP3 음악 파일을 주고받는 포즈를 취했다. 이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인체전송시스템’이다. 전선이 아닌 인체에 전류를 흘려 보내면서 데이터를 전송한다. 현재 초당 2메가비트(Mb)인 전송속도를 내년 초 10Mb로 높일 예정이다. 이는 4메가바이트(MB)짜리 MP3 파일을 3.2초에 전송하는 수준이다. ETRI 강성원 인체통신개발팀장은 “신체로 접촉해야만 전송이 된다는 점에서 기존 무선통신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장애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특수복도 선보였다. 시각장애인용 ‘스마트 수트’의 단추에 달린 센서는 장애물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부착돼 있어 가고 싶은 곳을 정확히 찾아갈 수 있게 해준다. 우편배달원용 장갑에는 리더기가 달려 있다. 이를 물건에 가까이만 대도 배달 장소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옷 가운데 부착된 개인휴대단말기(PDA)가 다음 일정을 확인해 알려 주고 안경에 달린 스크린으론 지도를 볼 수 있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시중(35)씨 등 3명은 ‘유비코디’를 내놨다. 옷에 달린 전자태그로 옷을 관리해 주는 시스템이다. 이날 패션쇼를 기획한 서울대 하지수(의류학) 교수는 “아무리 IT 기술이 발달해도 입었을 때 멋지지 않으면 소비자의 호응을 얻을 수 없다”며 “IT 기기를 활동하는 데 방해되지 않고 옷에 어울리도록 융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원배 기자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입거나 착용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말한다. 옷이나 시계·안경 등 사람이 자주 쓰는 도구에 감지기나 컴퓨터 등을 결합해 상용화하려는 연구가 국내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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