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싱가포르 가족가치운동 부모동네 이사땐 주택자금 보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주부인 마비스 탄(38)은 두번의 이사를 거친 후 자신의 부모가 거주하는 레드힐 크로스 근처의 새로운 보금자리 꾸미기에 여념이 없다.
『83년 결혼한뒤 부부만 공공주택에 입주했습니다.싱가포르에 살며 내힘으로 부동산을 구입하게 된 것을 기뻐한 것도 잠깐 육아문제등 어려움이 당장 따르더군요.그래서 부모님댁에서 버스로 한 정류장,걸어서 10분거리의 아파트단지로 7년만 에 돌아왔습니다.』 「거리를 둔 친밀감」(Intimacy at a distance).
싱가포르의 여류 사회학자 스텔라 쿼(47)는 최근 발간한 저서『싱가포르가족』(Family in Singapore)에서 서구화된 싱가포르가 추구해야할「가족가치(Family value)」를 이렇게 풀이했다.
탄의 경우처럼「거리를 둔 친밀감」이란 서구식으로 철저히 신구세대간에 독립생활을 영위하면서 경제적 필요성이나 정서적 안정감때문에 상호의존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싱가포르 사회의 특징은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부모와 재결합하는 부부 들에게 여러가지제도적인 혜택을 부여한다는 것.
한국처럼 핵가족이나 맞벌이부부 증가등의 현상은 싱가포르에서도뚜렷이 나타난다.싱가포르 통계청자료에 따르면 88년이후 5년동안의 이혼증가율이 36%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고 영어만을 사용하는 젊은 세대와 지역방언을 구사하는 노년세대간 의 단절현상 등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부나 사회단체할 것 없이「가족은 사회라는 건물의 주춧돌」이라는 인식아래 전통가치의 복원을 위해 수많은 제안을 내놓고 있다.먼저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민관합동위원회 구성이 그것이다.92년 9월 정부차원에서 발족된 가 족자원 훈련센터(FRTC)에 뒤이어 지난7월 17명의 정부.학계.언론계 인사로 이루어진 가족가치 증진위원회(FVPC.의장 니암 티량 싱가포르대 교수)가 발족됐다.
이 기구는 1백만달러(한화 5억4천여만원)로 조성된 가족가치증진기금을 가지고 주로 사회단체등을 대상으로 가족가치와 관련된홍보물의 출판및 가족복지,위기상담 등의 프로그램에 대해 집중적인 자금투여를 하고 있다.
정부차원의 사업은 주로 주택정책과 관련돼 있다.94년 현재 전체 국민의 85%가 정부산하기관인 주택개발위원회(HDB)가 분양하는 공공주택에 거주하고 있고,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주택에대한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싱가포 르 정부는 부모와 자식세대가 「거리를 둔 친밀감」을 이룰수 있도록 정책수단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
이에따라 싱가포르 정부는 아파트를 구입코자 하는 부부들중에서부모가 거주하는 동일 아파트단지및 인근 단지의 공공아파트를 신청해 당첨되면 HDB를 통해 3만달러(한화1천6백만원)를 보조한다. 한국의 보사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지역개발부(MCD)의 복지조정부 태히주부부장은『보조금은 1년치 대졸초임에 달하며5개 방이 딸린 주택구입액의 약 10%정도다.주택을 구입하려는젊은이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또 82년부터 시작된 다세대 주택계획(Multi-tier housing scheme)에 따라 부모와 결혼한 젊은 세대가 같은 공공아파트안에 거주할 목적으로 아파트 구입신청을 할 경우당첨시기를 3년이나 앞당겨주는 방안도 있다.
82년이후 공공아파트 구입자의 5.4%가 이 계획의 혜택을 봤으며 신규아파트 공급물량의 10%정도가 다세대 주택계획 가입자들에게 충당된다고 한다.
[싱가포르=康弘俊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