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샤라프, 참모총장직 측근에 이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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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28일 군 참모총장 이임식 도중 후임자인 아시파크 페르베즈 키아니장군에게 지휘봉을 넘겨주고 있다. [라왈핀디 AP=연합뉴스]

1999년 무혈 쿠데타로 집권한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28일 군 참모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파키스탄 군정은 8년 만에 막을 내렸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슬라마바드 남쪽 군사도시인 라왈핀디의 군 하키구장에서 참모총장 이임식을 하고 군 지휘권을 자신의 측근인 아시파크 페르베즈 키아니 장군에게 넘겼다. 무샤라프는 29일 민간인 신분으로 대통령에 취임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는 10월 6일 국회에서 실시된 간접 대선에서 90%가 넘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그러나 야권이 그의 대선 후보 자격을 문제삼아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당선이 확정되지 못했다. 이에 무샤라프는 3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자신에게 반대한 대법원 판사들을 친정부 인사로 교체했다. 새로 구성된 대법원은 최근 헌법소원을 모두 기각 처리해 무샤라프의 대통령 당선을 확정했다.

UPI통신은 전 공군참모총장과 해군 장군 등 여러 명의 전직 장군이 무샤라프가 참모총장직과 함께 대통령직에서도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고 28일 전했다. 이들은 무샤라프가 비상사태를 선언한 것은 명백히 헌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더 이상 대통령직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무샤라프 대통령이 48시간 안에 국가 비상사태를 해제할 것이라고 현지 언론이 익명의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말리크 카윰 법무장관도 AFP통신에 "정확한 날짜와 시간을 못 박을 수는 없지만 조만간 비상사태 해제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통령 보좌관인 라시드 쿠레시는 "무샤라프가 29일 밤 대국민 연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의 한 고위관리는 최근 "미국은 25일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귀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도 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은 샤리프 전 총리가 친 이슬람 성향을 보이고 있어 그가 대통령이 될 경우 대 이슬람 테러세력과의 전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이 때문에 친미 성향인 무샤라프와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정치적 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 신문은 내다봤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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