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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통령 되면 그것이 바로 정권 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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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의 첫 일정을 27일 새벽 여수에서 시작했다. 그는 2012년 엑스포 유치 응원전에 참여하기 위해 전날 자정 무렵 여수에 도착했다. 캠프에선 '여수 유치가 불투명하니 무리하지 말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정 후보는 "결과에 관계 없이 진심을 보여 주면 된다"며 여수행을 택했다.

정 후보는 시청 앞 야외행사장에서 여수 유치가 확정되는 순간 벌떡 일어나 "와"하는 함성을 질렀다. 눈시울도 붉어졌다. 그는 "여수의 큰 기운을 받아 12월 대선도 꼭 승리해 여수 엑스포의 기쁨을 10배, 100배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비행기를 타고 상경해 오전 10시25분 도라산역에 도착했다. 이곳에선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평화경제의 길이다. 남북이 하나의 터전에서 상생의 힘으로 대도약의 성장시대를 만들어가자"며 '한반도 평화경제시대 선언'을 발표했다. 그러곤 다시 서울역을 거쳐 대전으로 내려갔다. 숨 돌릴 틈 없는 빡빡한 일정이다. 기자는 대전행 KTX 열차에 동행해 충무김밥을 같이 먹으며 물어봤다.

-요즘 바쁠 텐데 부인(민혜경씨)과 어떻게 지내나.

"오늘 아침 생방송에 나왔는데 사회자가 '남편에게 한마디 하라'고 하니까 울었다고 하더라. 그 얘기 듣고 많이 짠했다. 도와줄 수도 없고… 내가 여수에서 잤으니까…. 정치의 정자도 관심 없는 사람인데 몸에 안 맞는 옷을 입힌 것 같아 미안하다."

◆청와대 출퇴근 하겠다=오후 2시 대전역 유세에서 그는 격정적인 연설이 아니라 보통 대화투의 '얘기'를 했다. 그는 "주변 분들이 정동영이 말로 하면 부드러운데 TV에선 사납게 나온다고 해서 이제 웅변은 안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000여 명의 청중에게 "당선되면 여러분과 호흡하기 위해 청와대로 안 들어갈 것이다. 과거 대통령들을 보면 꼭 구중궁궐에 들어가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다 보니 현실감각이 떨어지더라"고 말했다. 한남동 육.해.공군 참모총장 관사에 들어가 살며, 청와대로는 출퇴근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그는 저녁 때 서울로 다시 올라와 명동거리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안아 주세요' 캠페인을 벌였다. 20~30대 젊은 층의 감성에 호소하는 퍼포먼스다.

오후 9~10시 서울역.청량리역에서 '한반도 대륙철도 구상'의 홍보전을 펼친 것으로 이날 일정을 마쳤다. 동선 거리만 따지면 1000㎞를 훨씬 넘었다.

◆"정동영 정부는 통합의 정부"=정 후보는 26일 여수로 떠나기 직전 서울 프라자호텔 비즈니스센터에서 본지 전영기 정치부문 데스크와 70여 분간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요즘 매일 집을 나서기 전 "차갑게 닫힌 민심의 문을 열어 달라"고 기도한다고 한다. 수면 부족으로 피곤해 보였지만 핵심을 얘기할 때는 어조가 아주 또렷해졌다.

-제1당 주자의 지지율이 왜 20%도 안 되나.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 때문인가.

"책임을 전가하고 싶지 않다. 지지율은 고무줄과 같다. 민심의 바다는 배(지지율)를 띄우기도, 가라앉히기도 한다. 그동안 여권은 민심과 유리돼 있었다. 거시 지표는 튼튼해졌지만 민생 체감지수와 괴리가 발생하면서 민심의 수위가 낮아졌다. 국민이 정동영이 만든 새로운 정부가 노무현의 정부와 다르고 이명박의 정부와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원망스럽진 않은가.

"노무현에겐 노무현 정치가 있고 정동영에겐 정동영 정치가 있다. 대통령제 하에서 인물이 바뀐다는 것은 새로운 정부로 교체되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분열이 깊어졌다.

"지난 10년간 개혁을 추진하면서 갈등과 대립이 커진 것은 불가피했던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상처를 치유하고 포용하는 시기가 돼야 한다. 그것은 정동영만이 할 수 있다. 정동영의 정부는 '통합의 정부'가 될 것이다. 내가 결자해지(結者解之)하겠다.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또 다른 분열과 갈등이 조장될 것이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가 27일 대전역 앞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대전=조용철 기자]

-이명박 후보를 따라 잡을 복안은.

"이 후보가 한때 60%를 넘을 때도 있었는데 오늘 여론조사에선 34%대까지 떨어졌더라. 한 정치학 교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선진국 모임)국가에서 도덕적으로 결정적 흠결이 있는 후보가 주요 선거에서 뽑힌 사례가 없다고 하더라. 우리 국민의 수준은 세계 일류다. 국민의 위대함을 믿는다. 이 후보가 당선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명박은 없다."

-검찰 수사에서 BBK와 이명박 후보의 관련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세간에 검찰이 지지율 1위 후보를 기소하지 못할 것이란 말이 있는 모양이다. (언성을 높이며)그러면 지지율 몇 위까지는 기소하고 몇 위까지는 기소 못하는 것이냐. 검찰은 법에 의해 신속.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하지 않길 바란다."

-지금 지지율 1, 2위가 모두 보수 진영 후보인 것은 진보 정권에서 먹고살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 아닌가.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국민이 아우성치면 정부가 얘기를 들었어야 한다. 정책 담당자는 책상에 앉아 지표로만 현상을 파악하면 안 된다."

-범여권의 승리방정식인 '호남+충청 연합'이 불가능해진 것 아닌가.

"지금은 10년 전, 5년 전과 다르다. 지역 구도의 비중이 줄었다. 누구와 손잡는다고 해서 그 지역 표가 다 오지 않는다. 저는 문국현 후보의 고향이 어디인지도 모른다. 이인제 후보도 충남 출신이어서 해야 한다는 게 아니고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탄생에 같이 했던 부분이 있으니 지금 함께하자는 것이다. 문 후보도 반부패.평화경제 노선에서 저와 유사점이 많다."

-후보가 결정한 합당을 당에서 뒤집은 것은 정 후보의 표현대로 전쟁에서 말에 탄 장수를 끌어내린 것 아닌가.

"(합당이 안 된 것은)12월 19일 이후의 이해 관계 때문이다. 그러나 12월 19일에 올인해야 한다. 저는 대선 이후 당권, 총선 공천이니 하는 것에 티끌만큼도 관심 없다. 제가 청와대에 가더라도 내년 1월에 치를 전당대회와 총선 공천은 당에서 전적으로 알아서 하는 것이다."

-5년 전으로 시계추를 되돌린다면 '현 정부가 이것만은 지금처럼 안 되도록 해야 했다'하고 생각되는 게 있나.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에 정조대왕에 관한 책을 선물한 기억이 난다. 민초를 마주한 개혁군주 정조란 책이다. 정조는 수시로 징을 치고 경복궁에서 나와 백성들의 소리를 들었다. 그처럼 (노 대통령이) 국민의 소리를 잘 듣고 순종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정리=김정하.김경진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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