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배짱' 케빈 깜짝선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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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가 크레그 스태들러가 아니라고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리더보드를 잘못 봤다.


타이거우즈(왼쪽), 비제이 싱(오른쪽)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토리파인스 골프장에서 시작된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뷰익 인터내셔널(총상금 4백50만달러) 첫날 8언더파로 선두에 나선 스태들러는 1982년 마스터스 우승을 비롯, 통산 13승을 거둔 베테랑 크레그 스태들러(51.미국)가 아니었다. 그의 아들 케빈(24)이었다. 지난해 50세의 나이로 PGA투어 BC오픈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던 크레그는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현재 플로리다에 있다.

케빈은 PGA 투어 카드가 없는 무명의 초청선수인 데다 독특한 외모와 스윙 폼마저 아버지와 흡사해 가까이서 본 사람을 제외하곤 모두 아버지로 착각했다. 아버지 크레그는 골프 선수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불룩 나온 뚱뚱한 체구에 눈이 푹 들어간 데다 콧수염을 길러 '바다코끼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케빈은 "몇 걸음 걸을 때마다 아버지와 똑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케빈은 아버지를 따라 어릴 적부터 골프를 했지만 그동안 별볼일없는 선수였다. PGA 퀄리파잉스쿨 1차 예선에서 두 차례나 낙방해 2부 투어 출전 자격도 없다. 그러나 케빈은 토리파인스 골프장 가까운 곳에서 태어나 이 골프장에서 골프를 배운 인연이 있다. 게다가 10년 전 이 대회에서 아버지가 우승한 덕분에 초청받는 행운을 얻었다.

그러나 이제 '바다코끼리 2세'가 PGA 투어 리더보드에 자주 등장할지도 모른다. 케빈은 아버지와 함께 나간 지난주 페블비치 프로암대회에서 생애 처음으로 PGA 대회 컷을 통과했다. 공동 35위를 차지해 생애 최대인 2만5천달러의 상금도 벌었다. 케빈은 "아버지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뷰익 인터내셔널이 열린 토리파인스 골프장이 익숙한 코스라고는 하지만 '운'으로 선두가 된 것은 아니다.

케빈은 "아버지 덕분에 이 대회에 출전하게 된 사실을 안다. 그것 때문에 더욱 부담이 됐다. 그러나 아버지와 모습이 비슷한 것처럼 아버지가 간 길을 따라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우즈와 비제이 싱(피지)은 나란히 퍼팅 난조를 보이며 1언더파 71타로 공동 63위에 머물렀다. 5주 만에 경기에 나온 우즈는 감이 떨어졌는지 1m가 넘는 퍼팅은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고, 대회 출전이 유난히 많았던 싱은 피곤해 보였다. 둘 다 퍼팅 수가 32개나 됐다.

그러나 우즈는 어려운 남코스(파72.6천9백55m), 싱은 쉬운 북코스(파72.6천2백85m)에서 기록한 것이어서 일단 우즈가 유리한 위치다. 남코스는 북코스보다 평균 3.8타가 더 나왔다. 우즈는 남코스에서 경기한 선수 중 공동 12위에 해당된다. 선두인 케빈 스태들러도 북코스에서 경기했다. 2라운드에서는 코스를 바꿔 경기한다.

최경주(34.슈페리어)는 북코스에서 4언더파 68타로 공동 18위에 올라 2주 연속 '톱 10' 가능성을 키웠다. 버디가 4개에 보기는 없었다. 나상욱(20.엘로드)은 남코스에서 이븐파(버디 3, 보기 3)를 쳐 비교적 순조롭게 출발했다.

성호준 기자

사진=샌디에이고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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