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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헤게모니 … 1강 2중 다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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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007년 대선 후보 등록 첫날인 25일 유력 후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국약사대회에 기호 1번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기호 2번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기호 4번 이인제 민주당 후보, 기호 6·7번 중 하나를 배정받을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왼쪽부터)가 웃으면서 나란히 서 있다. 무소속이어서 26일 후보 등록이 끝나야 기호를 알게 될 이회창 후보가 등을 보인 채 이인제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27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7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처음으로 꼽히는 것이 보수 우파 진영의 압도적 강세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무소속 이회창 두 보수 성향 후보의 지지율 합계는 60% 안팎이다. 이 때문에 선거판의 헤게모니(주도권)를 보수 진영이 쥐고 선거전을 끌고 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씨는 "이번 대선은 최초로 보수가 진보에 책임을 묻는 선거"라며 "역사적으로 한국 선거는 진보 진영이 보수 진영을 수구.부패로 낙인찍고 책임을 물었는데, 이번은 그것이 안 먹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까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지지율 50%대 초반까지 고공행진했다. 이달 7일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뛰어들면서 보수 진영 일각에선 집권에 대한 불안감을 보였지만, 이명박 40%, 이회창 20% 안팎으로 지지율 1~2위를 달리는 양상이 지속되자 보수의 외연이 오히려 넓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보 진영의 약화.위축도 전에 보기 어렵던 현상이다. 이른바 범여권 단일화 대상으로 꼽히던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창조한국당 문국현-민주당 이인제 후보의 지지율 합계는 30%에 못 미치고 있다. 민노당 권영길 후보를 포함해도 큰 변화가 없다. 진보의 쇠퇴는 김대중-노무현 두 정권의 공과에 대한 '잃어버린 10년' 논란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두 번째 특징은 선거 구도다. 1강(强.이명박):2중(中.이회창-정동영):다약(多弱)의 초반 판세는 이례적이다. 공식 선거운동 돌입 시점을 기준으로 이 같은 구도는 1987년 직선제 개헌 이래 전례가 없다. 13대 대선(87년)의 3강1중(노태우-김영삼-김대중, 김종필), 14대(92년)의 2강1중(김영삼-김대중,정주영), 15대(97년)의 3강(김대중-이회창-이인제), 16대(2002년)의 양강(노무현-이회창) 구도와 다르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후보 등록 직전에 단일화 또는 네거티브 등을 통해 선두가 뒤바뀌었던 지난 두 번의 대선과 달리 이번 대선은 1위 후보가 상당 기간 선두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선거의 경우 중요한 변수들이 아직 남아 있어 선거운동 기간 동안 파란과 소용돌이가 예상된다는 특징도 동시에 갖고 있다. 변수로는 BBK 사건 수사 결과 발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선거지원 여부, 범여권 후보들 간의 막판 단일화와 후보 간 TV토론 등이 꼽히고 있다.

후보 난립도 새로운 경향이다. 25, 26일 등록기간 중 첫날 등록 후보(9명)만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종전까진 87년과 92년 대선 후보가 각각 8명으로 최다였다. 후보 숫자가 두 자릿수에 이를 것이 분명한 이 같은 출마 러시는 기존의 지역대결 구도가 무너지는 조짐을 보이는 데서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호남을 대표하는 주자들이 실질적 양강 구도를 이룩한 가운데 제3 후보 등이 어부지리를 노리던 과거의 선거 색채가 엷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 4월 18대 총선에서의 교두보 마련을 위해 대선부터 출마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김정욱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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