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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기 들어간 증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7호 18면

증시에도 겨울이 왔다. 찬바람이 드세게 몰아친다. 투자자들은 갑작스러운 계절의 변화에 당황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가 그렇듯 증시에도 봄·여름·가을이 있었으면 겨울이 오게 마련이다. 또 다른 봄을 맞기 위한 휴식과 충전의 시간이다.

11월 들어 코스피지수가 단숨에 200포인트나 떨어졌다. 하락률은 15%에 달한다. 구구한 해석들이 나온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후폭풍, 중국의 긴축, 일본계 자금의 환류, 고유가, 저달러 등등. 하지만 무엇 하나 새로울 것은 없다. 충분히 거론됐고 예측 가능했던 변수들이다. 떨어지는 주가를 합리화하기 위해 증권업자들이 늘어놓는 핑계처럼 들린다. 아무리 봐도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에는 큰 변화가 없다. 미국 경제는 원래 가라앉고 있었고,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 경제는 계속 잘나가고 있다.

그럼 무슨 이유인가. 그동안 많이 올랐으니 떨어지는 것이라고 보는 게 정답인 것 같다. 지친 몸을 추스르기 위한 자연스러운 휴식인 셈이다. 그렇게 쉽게 얘기하면서 왜 꼭짓점은 잡아내지 못했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불행하게도 그것은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주가의 상투권에선 사람들이 탐욕과 흥분에 푹 빠진다. 논리적 분석과 이성적 판단은 끼어들 틈이 없어진다. 일단은 갈 데까지 가봐야 그 끝이 어디였는지 나중에 확인될 뿐이다. 지나고 보니 10월 말∼11월 초가 그때였던 것 같다.

그래도 사람들은 누군가 분풀이할 대상을 찾고 싶어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속죄양으로 손가락질을 당한다. 그도 그럴 것이 11월 들어서만 다시 6조500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새로 들어오는 국내 주식형펀드 자금으로는 외국인 매물 홍수를 막아내기 역부족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 뭐랄 게 없다. 외국인 매도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6월 이후 이제껏 25조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힘이 왕성할 때는 이를 잘 흡수해냈지만, 이제 체력이 한계에 이르자 밀리고 있을 따름이다.

‘셀 코리아냐, 아니냐’의 논쟁은 부질없는 시간 낭비다. 셀 코리아를 넘어 외국인 엑소더스가 맞다. 이유는 간단하다. 충분히 먹었으니 떠나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헐값에 너무 많은 주식을 외국인들에게 넘겨줬던 우리의 원죄를 자책하는 게 낫다.

어차피 극복하고 넘어야 할 산이다. 겨울이 오면 그저 겨울을 나야 하듯, 주가 조정에도 순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급등 잔치 끝의 뒷정리를 깨끗이 해두고, 새로운 잔치를 여유 있게 기다릴 일이다. 언제 봄이 올까 싶지만, 그래도 봄은 오게 마련이다. 이번주에는 주가의 단기 반등이 예상된다. 떨어져 봐야 얼마나 더 떨어지겠느냐는 자신감으로 주식·펀드를 갖고 겨울을 날지, 아니면 현금으로 전환해 놓고 넘어갈지 갈림길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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