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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 '원칙의 리더십' '파업 병' 프랑스를 고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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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니콜라 사르코지(사진) 프랑스 대통령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승리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몫이 됐다. 열흘 동안 프랑스 전국을 마비시켰던 운송부문이 23일 다시 일을 시작했다. 파업 불씨에 계속 기름을 부으며 파업을 이끌던 프랑스국영철도(SNCF)의 45개 노조 지회 가운데 42개가 중단을 결의했다. 철도와 파리 지하철.버스 운행이 70% 선으로 회복됐다. 다음주 초부터는 정상적인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원칙의 리더십이 프랑스를 바꾼 것이다.

◆"희생하라는 게 아니라 함께 노력하자는 것"=파업 9일째였던 21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노조와 국민에게 한마디 던졌다. 파업 시작 전인 12일 원칙을 지키겠다고 한 뒤 말을 아껴 왔으나 최측근 참모인 자비에 베르트랑 노동장관에게 주문한 노조와의 협상에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일부 노조원이 (철도를 이용하는) 수백만 프랑스 국민을 인질로 잡고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런 식의 파업에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고는 국민을 향해 "프랑스 국민에게 희생하라고 하는 게 아니다. 좀 더 강한 프랑스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경고와 호소가 지루하게 끌던 파업을 끝냈다. 22일 노조 복귀율이 현저히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파업 초기인 16일부터 대세는 정부로 넘어왔다는 게 언론의 시각이다. 참여율이 20~30%에 머무는 등 노조원들에게조차 큰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이다. 일부 강경파 노조원이 철로에 깃발을 꽂고, 불을 지르고, 지하철 역사 문을 잠그는 등 과격 행동을 해 파업을 억지로 끌어 왔을 뿐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개혁에 박차를 가할 힘을 얻었다. 파업에 대한 싸늘한 여론이 개혁에 대한 지지로 힘을 보태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철도나 지하철이 파업에 들어가도 운행 중단을 법적으로 막을 수 있다. 더 이상 노조가 힘으로 그들의 목적을 관철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대학 개혁은 여전히 해결이 안 된 숙제다. 대학개혁법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전국 40여 개 대학에서 수업이 길게는 3주째 완전 중단됐고, 연일 가두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2일 파리 도심에만 3000여 명의 대학생이 거리로 나왔다. 이번 주 초부터는 고등학생들까지 동참했다. 전국 20여 개 고등학교 학생들은 대학개혁법 철회를 주장하며 수업 거부를 결의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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