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과학용어>발파해체공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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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오는 29일 서울정도6백주년기념사업으로 실시되는 남산(南山)외국인아파트의 철거작업은 폭약을 이용한 발파해체공법이 적용된다. 그동안 대형구조물에 대한 해체경험이 거의 없었던 우리나라로서는 다소 이색적이지만 외국에서는 이 공법이 이미 1950년대부터 시작됐고 짧은 공기,적은 철거비용 때문에 미국.유럽등지에서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흔히 화약의 폭발 에너지만으로 건물을 폭파시키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엄밀히 따져볼때 이 공법은 위치에너지,즉 건물이 중력에 의해 떨어지는 힘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화약발파는 이같은 붕괴를 촉발시키기 위한 최초수단일 뿐이다.
실제로 이번에 해체되는 남산외국인아파트의 경우도 전체16개층가운데 1,2,6,10,14층등 5개층의 기둥에만 화약을 장착한다.그리고 화약발파에도 0.5초의 간격을 두어 아래층부터 위층의 순,동쪽에서 서쪽의 순으로 화약이 터지게할 예정이다.
이는 건물전층에 화약을 장치해 동시에 붕괴시킬 경우 엄청난 소음과 파편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건물전체의 위치에너지도 모두가 지상으로 전달돼 큰 진동을 일으키기 때문이다.이때문에 발파해체공법에서는 부분별로 시차를 두어 화약을 발파하 는 것이 필수적인데,이렇게 해야 먼저 붕괴되는 부분이 나머지부분을 잡아당겨(철근등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그 부분에 자연히 균열을 일으키고 또 건물전체의 위치에너지도 차례로 무너지는 과정에서 모두소모되기 때문이다.
남산외국인아파트의 경우를 예로 들면 1,2층과 6층이 붕괴될경우 균열로 이미 약해진 3,4층은 1,2층의 잔해와 부딪쳐 붕괴되고 7,8층은 5층의 천장부분과 부딪쳐 양쪽이 다시 부서지게 된다.즉 부서진 구조물들이 떨어지면서 안정 된 구조물을 연쇄적으로 부수기 때문에 지상에 닿을 쯤에는 위치에너지의 상당부분이 자체소모되고,나머지 에너지에 대해서도 아래층에 이미 쌓인 잔해물이 스펀지역할을 해줘 큰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최초 화약발파때는 화약을 넣은 기둥주위를 철망과 부직포등으로 감싸도록 돼있어 파편이 최소화된다.
이번 남산외국인아파트는 화약폭파에 8초,폭파이후 붕괴에 4초등 모두 12초에 끝나게 된다.
〈李孝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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