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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성수대교 붕괴사고-외국선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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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 성수대교 붕괴 참사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강북에 직장을 둔 강남 거주자들은 어느 다리로 출퇴근해야 옳을지 불안하기만 하다.이번 사고는 건설업체의 부실시공,서울시의 부실관리,국내 교량(橋梁)기술수준의 낙후성,그리고 이를 둘러싼 입찰.
감리.처벌조항 등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종합개선방안이 마련되지 않고선 좀처럼 해결될 수 없다는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이번 사고는 구조적으로 무엇이 문제고,국가경제의 손실은 과연 얼마나 되며, 외국에선 어떻게 이같은 사고를 막고 있는지 긴급점검해 본다.
[편집자註] 선진국에선 공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사업을 기획하고 설계 타당성등을 엄밀히 검토하는데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다. 공사의 기획→설계→입찰→시공.감리→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고도의 전문성을 지닌 컨설턴트들이 동원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계획아래 원안대로 공사를 진행해 부실이 스며들 틈이 거의없다. 몇달씩 사전조사가 진행되며 여기에 투입되는 돈만 해도 통상 시공비의 10%에 달하는 게 보통이고 특수공사는 20~30%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컨설팅 비용을 「쓸데 없이 날리는돈」쯤으로 치부해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강행하는 일 이 다반사인 우리 업계풍토와는 우선 엄청난 거리가 있다.해외 공사현장경험이 많은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다양한 경험과 기술력으로 무장된 전문 컨설턴트와 감리자가 풍부하다는 점,또 이들의 입김이 사업시행과정에서 강하게 먹혀드는 점을 국내 건설공사와의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는다.
「미관을 좀 더 살릴 수 없느냐」라든가 「전용면적을 늘려달라」「공기(工期)를 단축해달라」는 식의 사업주측의 무리한 주문이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계산에서 나온 설계도면을 마구 뒤흔들어 놓는 「한국적 관행」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또 시공회사에 질질 끌려다니기 일쑤인 국내 감리업체들과는 대조적으로 공사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공사 중단권을 발동하고,시공사는 이를 순순히 수용하는 풍토가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상세도면과 기술시방서가 세세한 부분까지 짜여 이 교범에서 한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현장감독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영국계 컨설턴트인 다란다社의 설계.감리 아래서 레바논 건축공사를 해 본 경험이 있는 쌍용건설박인철차장은 『철근콘크리트의 재질과 강도를 일일이 정밀기기로 테스트한 뒤에야 공사에 쓸 수 있게 했다』고 혀 를 내두르기도했다. 또 사전자격심사제(PQ)를 철저하게 적용해 애초부터 시공능력이 떨어지는 건설회사는 입찰에 참여시키지 않기 때문에 과당경쟁과 저가(低價)수주로 인한 부실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줄이고 있다.
이번 성수대교 붕괴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좀 더 규명돼야 하겠지만 한가지 분명하게 지적할 수 있는 점은 교량건설 기획단계에서 사전조사를 소홀히 취급하는 우리 업계의 고질적 병폐가 또한번 명백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79년 다리 완공 당시 향후 성수대교의 교통량 증가율을 보다면밀하게 예측했던들 고작 32.4t의 하중까지만 견딜 수 있도록 다리를 설계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洪承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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