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특별기고>北美회담타결과 南北經協 통제보다 실질지원 필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요 며칠 우리는 남북관계의 급격한 변화를 목도하고 있다.지난16일에는 김정일(金正日)이 약 3개월만에 처음으로 공식석상인김일성(金日成) 사망 1백일 추모회에 나타나 김정일 체제의 공식 출범이 임박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또 18일 北-美 고위급회담이 극적으로 타결돼 남북대화의 재개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이와같이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에서우리는 남북경협에 대한 지금까지의 우리의 접근자세를 다시 점검해보고 앞으로 본격화된 경협을 성공적으로 추진하 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남북경협에 관한 정부의 정책은 지금까지 혼선을 빚어왔다.이러한 정책 혼선은 기본적으로 대북(對北) 문제를 미리 보는 우리사회내의 견해 차이에서 기인한다.보수-강경 노선은 핵문제의 완전 해결없이 어떠한 형태의 경제협력도 불가한다는 입장이다.그러나 온건-중도 세력은 정경(政經)분리 원칙에 의거한 남북경협 강화를 바라고 있다.
우리가 핵문제로 발목이 잡혀있는 동안 북한 진출에 매우 의욕적인 미국 등 외국기업들에 자칫하면 우리 기업들이 북한 진출의주도권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 논거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사실은 남북경협은 정경분리의 현실론에서 뿐만 아니라 핵투명성을 통한 한반도 평화를 확보해야 한다는 정치적 원칙론에서 보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핵-경협 연계론자들은 경협을 핵문제해결에 있어서 협 상 카드로 사용하자는 것이다.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핵문제 해결에 우리가 주도적인 위치에 있지 않아 설득력을 잃는다.북한이 핵문제 해결의 대가로 요구하는 것은 남북경협보다 미국에 의한 체제 인정과경수로 지원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연계론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은 핵문제 해결을 통한긴장 완화라는 것이 일순간에 이루어지는「사건」이 아닌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발생하는 지속적인「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긴장 완화는 장기간에 걸친 상호접촉과 신뢰회복을 통해가능한 것이다.이러한 측면에서 先핵문제완전해결 後남북경협」이라는 단계별 전략은 지나치게 경직된 사고다.
북한의 개방과 개혁은 시대적 흐름이며 역사적 필연이지만 단기간에 우리가 이를 강압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일은 아닌 것이다. 핵문제와 경협의 절대적 연계 정책을 통해 북한의 극단적인선택을 강요하기보다 경협 확대를 통해 점진적으로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정착의 첩경인 것이다.
다행히 우리 정부외교팀도 이러한 입장으로 선회하는 것같다.그러면서도 정부가 핵문제와 경협의 고리를 분명하게 끊지 못했던 것은 일부 보수세력의 반대도 있지만 그보다는 적절한 명분을 찾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이번 北-美 고위 급회담 타결로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해결의 실마리는찾았으므로 정부는 이를 계기로 남북경협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그러나 과거처럼 정부가 앞장 서서 민간기업의 대북진출을 모두 통제하려 하기보다는 기업의 진출 에 필요한 정보 제공과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등 실질적인 지원에 주력해야 한다.이와 함께 남북협력기금등 통일비용도 차근차근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대북 정책에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지나치게 경직된사고다.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가장 적은 희생으로 성취하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유연한 대응자세로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점을 명심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