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포조선 처녀출항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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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국내 아마추어 축구 사상 처음으로 프로(K-리그)에 올라가는 팀이 나올 수 있을까.

23일 오후 3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내셔널리그(실업축구) 챔피언결정 1차전은 ‘첫 K-리그 승격’을 가늠할 시험대다. 전기리그 1위 울산 현대미포조선과 후기 1위 수원시청이 홈앤드어웨이로 벌이는 챔피언전의 승자가 K-리그로 올라갈 자격을 얻게 된다.

그러나 수원시청은 일찌감치 “우리는 우승해도 프로에 올라갈 수 없다”고 공언했다. 따라서 미포조선이 우승하지 못하면 지난해 챔피언이 되고도 승격을 거부한 국민은행에 이어 2년 연속 내셔널리그 팀의 K-리그 승격이 무산된다.

분위기는 미포조선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포조선 최순호 감독은 “우리는 내년에 K-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킬 준비가 돼 있다”며 승격을 전제로 출사표를 던졌다.

미포조선은 후기리그 후반부터 챔피언결정전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해 왔다. 리그 득점 3위(11골) 안성남과 김영후가 이끄는 공격진의 짜임새가 뛰어나고 미드필더진도 안정돼 있다.

미포조선 노흥섭 단장은 “우승하기 전까지는 어떤 얘기도 할 수 없다”며 몸을 사리지만, 미포조선은 이미 선수 보강 등 프로 승격을 준비하고 있다. 미포조선이 K-리그에 올라갈 경우 울산은 기존 울산 현대와 함께 프로팀 2개를 갖게 된다. 이 때문에 ‘미포조선이 서울로 연고를 옮겨 FC 서울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함께 쓸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수원시청은 후기 11경기 무패(9승2무)의 파죽지세로 챔피언전에 올랐다. 김창겸 감독은 “승격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는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세에 밀려 맥없이 우승을 내주지는 않겠다는 의지다. 후기 11경기에서 11골을 넣은 박종찬의 매서운 득점력에 기대를 건다.

2차전은 2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며 1,2차전 승패와 골득실이 같을 경우 연장전과 승부차기를 한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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