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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이기택대표 국회연설 비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민자당의 김종필(金鍾泌)대표와 민주당의 이기택(李基澤)대표가19,20일 각각 국회본회의에서 여야(與野)대표연설을 했다.지난해에 비해 걱정과 우려가 많이 담긴 연설이었다.
우선 金대표와 李대표의 현실인식에서 공통점인 부분은 사회의 병리현상에 대해서였다.흉악범죄.세금횡령.군기문란사고의 영향이었다.金대표는 『험한 일들이 많아 국민에게 혼란과 걱정을 끼쳤다』고 개탄했다.金대표는 『국가사회의 도덕적 재건이 필요하다』고강조했다.
李대표도 도덕성회복운동을 벌여야한다는 점에 의견이 같았다.
그러나 그는 현상황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국민이 참여하는 개혁이 되지 못했고,그나마 개혁의 실종으로 신한국건설을 한 것이 아니라 신한국병에 들게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양측이 가장 역점을 기울인 부분은 北-美회담에 관한 내용이었다.여기서도 정부의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는데 대해 여야대표는 의견을 같이했다.
金대표는 『대북정책에서 내심을 한꺼번에 보이는 신중치 못한 일을 삼가야 한다』고 지적하며 『일관된 외교정책이 없다는 일부국민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여당대표로서는 강도높은 질책이아닐 수 없다.
李대표도 『정부는 외교실정을 국민 앞에 해명하고 사과하라』고촉구했다.특히 그는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면서 외교안보팀을 비롯,내각이 총사퇴하라고 주장해 한껏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구체적인 향후대책에 대해 여야대표는 큰 견해차이를 보였다.그리고 이 부분이야말로 양측의 기본적 차이였다.
金대표는 『북한은 반드시 변하니 기다리자』면서 『우선 이산가족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며 고통받는 북한의 인권도 간과할 수 없다』고 짚었다.억제되긴 했으나 분명히 보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주장이었다.
반면 李대표는 『공안통치나 이념논쟁을 그만하고 탈냉전사고로 북한을 포용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맞받았다.따라서 李대표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한뒤 남북평화협정을 체결하라고 요구하고,金대표가 보안법폐지에 반대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
여야관계에서도 李대표는 『대통령은 통합적 지도력을 발휘하고,여야는 진정한 동반자관계가 돼야 한다』고 요구했다.그러나 金대표는 『다수결 원칙이 지켜져야 하며 야당은 소수의 냉정한 협력을 하라』고 못박았다.
이 대목은 『세계무역기구(WTO)가입동의안은 회기내에 처리돼야 한다』는 金대표와 『우루과이라운드(UR)의 국회인준은 용납할 수 없다』는 李대표가 격돌을 앞두고 전초전을 벌인 의미도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두사람의 연설에는 흥미있는 대목도 있다.바로 각자의 진영에서2인자인 金대표와 李대표의 「계산」을 읽을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金대표는 여권에 대해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얼마나 실천했나를 반성해야 한다』고 꾸짖었다.대형 사건.사고가 대통령에게주는 부담을 최소화하며 자신의 위상을 확인시키겠다는 뜻이 담겼다는 해석을 가능케하는 부분이다.그러면서 그는 『특정 지역에서특정 정치세력이 선호되는 폐쇄적 지역주의가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金대표가 누구를 카운터파트로 여기고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반면 李대표는 『개혁의지와 애국심이 가득한 천하의 인재가 대통령주변에 모여야 한다』고 「훈수」 했다.
그러한 인물이 현재의 「金대표는 아니다」라는 것으로 해석해도무방할 것 같다.
〈金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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