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신세대>다큐멘터리"아시아..."촬영 한창 변영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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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그 광고에 화가 나는 건 첫째,정신대를 이미 죽은 화석 취급한다는 겁니다.오늘도 아침밥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는 우리들처럼 정신대 할머니들은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지금 살아 있는 현실입니다.』 영화감독 변영주(邊永主.28)씨는 담배가 몹시 고팠던 듯 자리에 앉자마자 재떨이를 찾으면서 정신대를 등장시킨 텔레비전 광고에 대해 걸걸한 목소리로 한마디 한다.邊씨는 중국와 한국 땅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정신대 할머니들의 증언을 담 은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2』를 촬영중이다.
광복 50주년,영화탄생 1백주년인 내년 봄 개봉할 『아시아에서…2』는 그의 첫 연출작이다.
『가요촬영을 하러 제주도에 갔다가 텔레비전에 김학수 할머니가나오는 걸 봤어요.뭔지 모를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대학을 졸업하고 독립제작사 「장산곶매」에서 일하는 한편 틈틈이 결혼식 비디오나 노래방 레이저디스크를 찍어 돈을 벌던 邊씨 는 마침 정신대 다큐를 기획중이던 「푸른 영상」에 합류,일본.태국.한국에서 정신대 할머니들을 만나 작년에 『낮은 목소리-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을 만들었다.
비디오 카메라로 찍은 1편에 이어 『아시아에서…2』를 16㎜로 찍기 위해 邊씨는 따로 제작사 「보임(Visita)」을 차렸다. 1주일에 4일은 영화를 찍고,3일은 영화찍을 돈을 모으러 다닌다.1인당 2분30초분량의 필름값,즉 10만원을 내는 「백피트 회원」의 후원 이외에 은행융자도 얻고 강연초청도 마다하지 않는다.『기회가 오면 물론 극영화를 할 겁니다.「 충무로」에서 일할 기회도 사양하지 않습니다.
정신대라는 주제에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이 적당하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이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邊씨가 영화로 길을 돌린 건 대학4학년 때.영화를 좋아하게 된 계기를 묻자 국민학교때 의대 교환교수로 일본에 다녀온 아버지가 가져온 베타방식 비디오로 30~40년대 유럽영화를 잔뜩 보았던 기억을 떠올린다.
지금 쓰고 있는 16㎜장비는 그가 가장 존경하는 감독중의 한명인 일본 다큐 감독 오가와 신스케의 것이다.91년 일본 야마가타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직접 만난 적이 있는 오가와가재작년 암으로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유족에게 졸 라 장비를 빌렸다. 다큐로 출발,극영화로 돌아선 키에슬롭스키도 邊씨가 좋아하는 감독중의 하나다.키1m82㎝의 체격 만큼이나 야심도 큰 그는 자신이 오가와나 키에슬롭스키를 꼽는 것처럼 『내 50대 때 영화감독을 지망하는 어느 20대가 좋아하는 감독 다섯 명중하나로 나를 꼽는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한다.여성주의자냐는 질문에는 『무슨 주의자가 되기에는 의지박약』이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邊씨는 영화는,특히 다큐는 어느 하루의 행사가 아니라 매일 계속되는 일상같은 것이라고 믿기에 『정신대 할머니들이살아있는한 그분들을 카메라에 담는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글 :李后男기자 사진:吳承桓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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