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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행정선진국은이렇다>3.노동력 활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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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교도소 재소자들끼리 취업경쟁이 치열하다.』 엉뚱한 소리로 들리지만 미국 교도소 안에는「조건이 좋은 직장」이 있다.연방교도소의 경우 연방교정국 산하 연방교도작업공사(Federal Prison Industry)가 운영하는 「유니코」(UNICOR)공장이 바로 그런 곳이다.
재소자들이 앞다투어 이곳에 취직하려는 것은 형기를 단축받거나출소후 직장을 얻는데 절대적으로 유리해서다.그러나 일정한 기술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취업대기자 명부에 이름을 올려놓은채 마냥기다려야 한다.
캘리포니아州 보론연방교도소의 교도작업규정을 보면 「유니코」취업에 어떤 혜택이 주어지는지 잘 드러나 있다.
우선 높은 작업보수를 꼽을 수 있다.일반 재소자들의 경우 작업수준 4단계에 따라 시간급이 최저 12센트에서 최고 40센트인데 비해 유니코 취업자에겐 5단계의 숙련도에 따라 최저 23센트에서 최고 1달러15센트까지 지급된다.
또 유니코취업 재소자에겐 근속기간 1년이 지나면 기본휴가 1주일에 한달마다 하루씩의 「보너스 휴가」가 주어진다.
1년에 1주일의 휴가가 주어지는 할당작업자에 비하면 월등하게좋은 조건이다.
유니코 출신들은 출소후에도 상당한 대접을 받는다.유니코와 합작.하청관계에 있는 민간 기업들이 스카우트하듯 이들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니코는 전국 47개 연방교도소에서 89개 공장을 운영하며 연간 5천만달러(약 4백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50여개의 공장을 증설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일본과 스웨덴 역시 재소자의 노동력을 독립기관이 체계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재소자 기능향상에도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일본의 교정협회는 재소자들에게 단계에 맞는 직업훈련을 제공해실질적인 기능취득에 역점을 둔다.
직업훈련은 자소(自所)훈련.집합(集合)훈련.종합(綜合)훈련으로 나누어지며 단계가 높아질수록 훈련종목이 전문화.세분화돼 종합훈련단계에서는 전기공사.자동차정비.조선등 20여종목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이후 일정기능수준에 이르면 노동성에 서 기능사자격증을 준다.
스웨덴도 법무부 산하 「크림 프로드」(교정생산공사)가 재소자들을 고용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회사인 「볼보」社를 비롯해 전기통신공사인 「텔레콤」,화물트럭제조업체 「사브 스카이나」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크림 프로드와 계약을 맺고 재소자 노동력을 제공받는다.크림 프로드가 90년 한햇동안 올린 순수익만도 1억8천만 크로나(약1백89억원)나 된다.
미국 폴섬교도소는 캘리포니아주의 자동차번호판을 모두 생산하고있고 솔대드와 베커빌교도소는 美서부지역 유일한 점자인쇄기 수리소를 운영하는등 전문영역을 확보하면서 높은 생산성을 올리고 있다. 재소자들을 사회봉사활동에 투입시켜 노동의 보람을 느끼게 하는 것도 선진국 교도행정의 주요 과제다.
미국의 큰 산불은 대부분 각 주립교도소가 운영하는 산림보존 캠프의 재소자소방관들에 의해 거의 불길이 잡힌다.캘리포니아주는각 주립교도소에서 면밀한 성향분석을 통해 죄질이 가볍고 탈주 우려가 없는 재소자들을 선발,州정부 산림국의 특 수소방훈련을 거쳐 40곳의 산림 보존 캠프에 배치한다.
이들은 화재예방 뿐 아니라 홍수예방.환경보호.공원 조성사업등에 투입돼 공공서비스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테하차피 캘리포니아주립교도소는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이 지역의 가장 큰자랑인 테하차피고교 브라스 밴드의 유니폼을 도맡아 무료로 세탁해 주고,밴드부에선 감사의 표시로 분기에 한번씩 교도소를 방문해 위문공연을 펼친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책을 읽어주고 글을 받아써주는 자원봉사자들중 상당수가 재소자들로 충당되고 있음도 빼놓을 수 없다.
24개 캘리포니아 주립교도소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내 연방.
주.카운티교도소들은 이처럼 노동과 사회봉사활동을 통해 재소자들의 사회참여 의식을 길러주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도 덜어주는한편 재소자들에 대한 사회의 그릇된 이미지를 개 선시키 는등 복합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李元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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