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올 겨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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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매서운 바람이 가로수 잎들을 다 떨어뜨리고 어느 틈에 겨울이 우리 앞으로 왔다. 올겨울의 시작은 첫눈과 함께했다. 날이 갑자기 추워지니 김장 등 겨울나기 준비를 서두를 때다. 기상청은 올겨울이 예년보다 훨씬 따뜻할 것이라고 한다.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이란다.

여러 글에서 ‘올’과 ‘겨울’을 띄어 쓰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올 크리스마스에는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오빠는 올 연말에 결혼할 예정이다”처럼 ‘올’이 ‘올해의’를 뜻하는 관형사이므로, ‘올’과 ‘겨울’도 마찬가지로 생각해 띄어 쓰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올겨울’은 붙여 써야 한다. ‘올’과 ‘겨울’이 결합한 합성어로, 한 단어이기 때문이다. ‘올봄, 올여름, 올가을’도 마찬가지다.

‘올겨울’은 띄어쓰기 외에 논란이 하나 또 있다.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는 것이다. ‘올해’는 태양력을 기준으로 하면 1월부터 12월까지다. ‘올봄, 올여름, 올가을’은 1월과 12월 사이에 들어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겨울은 보통 11월부터 시작해 이듬해 2월까지로 두 해를 걸친다. 그러므로 ‘올겨울’이라는 표현은 태양력으로 따지면 모순이다. ‘이번 겨울’ 정도로 써야 정확한 표현일 듯하다. 그러나 국어사전에서는 ‘올겨울’을 한 단어로 인정하고 있다.

‘올해의’를 뜻하는 ‘올’은 일반적으로 띄어 쓰지만 계절인 ‘봄, 여름, 가을, 겨울’과 결합할 때는 ‘올겨울’처럼 한 단어로 붙여 쓴다는 것을 기억하면 된다.

한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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