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先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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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선제(先制)」는 선발제인(先發制人)의 준말로 선수를 쳐 상대를 제압하는 것을 말한다.
진시황이 죽고 2세가 섰지만 포악과 사치는 아버지를 능가했다.백성들의 인내는 극에 달했다.이때 최초로 반기를 든 사람은 진승(陳勝)과 오광(吳廣)이라는 농부였다.
회계(會稽)군수(郡守)은통(殷通)도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마침 항량(項梁.項羽의 숙부)이 회계에 잠시 피신해 있다는말을 듣고는 그의 도움을 받고 싶었다.
『지금 도처에서 반기(反旗)가 오르고 있는데 이럴 때 중요한것은 선수(先手)지요.
즉 선수를 치면 상대를 쉽게 제압할 수 있지만(先發制人)뒤처지면 당하게 됩니다(後發制於人).어떻소? 그대와 환초(桓楚)에게 지휘를 부탁하고 싶은데.』 그러나 이는 잔뜩 야심을 품고 있던 항량에게는 자신을 공격 대상으로 하는 말과 다름 없었다.
그래서 항량은 이렇게 말했다.
『환초는 정말 유능한 인물입니다.그러나 그의 소재는 제 조카인 항우만이 알고 있지요.이 기회에 그를 시켜 찾아오게 하는 것이 어떨지요.』 은통이 좋다고 하자 항량은 슬쩍 밖으로 나와항우에게 칼을 준비시킨 다음 돌아왔다.잠시 후 항우가 들어오자항량이 눈짓을 보내는 순간 은통의 목은 달아나 버렸다.
기막힌 先制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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