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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이 뜬다] 3. 영양요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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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은 것이 바로 나다(I am what I eat)". 자신이 먹은 것에 의해 몸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고대 그리스의 의성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을 약처럼, 약을 음식처럼 먹으라고 했다. 음식이 건강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리누스 파울링 박사는 의학의 미래는 영양이라고 단언했다. 스트레스.운동 부족.환경 오염 등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들에 대처하기 위해선 '최적의 영양'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인식을 배경으로 '짜게 먹지 말고, 기름진 음식 섭취를 줄이라'는 식의 상식적인 식사요법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분자교정의학을 태동시켰다. 질병을 치유하는 데 꼭 필요한 비타민.미네랄.필수 지방.아미노산을 정확히 가려내 보충해주는 영양요법이 이론의 핵심이다.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관절염.고혈압.당뇨병.치매 등 만성질환을 분자교정의학에선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알아보자.

지난해 12월 16일, 독일 카셀의 하비히트발트 클리닉. 독일 프랑크푸르트역에서 고속철을 타고 북쪽으로 1시간20분, 다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이 클리닉은 영양치료로 유럽에서 꽤 유명한 곳이다.

이날 심한 무릎 통증으로 밤잠을 설쳤다는 30대의 류머티스성 관절염 환자가 얼굴을 찡그린 채 진료실에 들어왔다. 영양치료사는 "며칠 동안 물만 마시게 한 뒤 채소.과일.생선은 충분히 먹되 육식은 엄격히 삼가는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라"고 권했다.

이 같은 영양요법은 독일.스위스.슈칸디나비아 국가에선 오래 전부터 류머티스성 관절염 환자에게 활용되는 치료법이다. 생선.아마씨 등에 든 불포화지방과 채소.과일에 든 카로티노이드.플라보노이드 등과 같은 성분이 환자의 염증과 통증을 줄여준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관절을 촉촉하게=적극적 영양요법을 의미하는 분자교정의학을 정립한 사람은 노벨상을 두번(1954년 화학상, 62년 평화상)이나 받은 화학자 파울링 박사다. 68년 그는 '병에 걸린다는 것은 우리 신체가 생화학적으로 고장난 상태를 말하며, 이를 비타민.미네랄.아미노산.지방 등으로 교정하면(보완해주면) 질병을 예방.치료할 수 있다'는 이론을 소개했다. 여기에 근거해 과학적으로 효능.안전성이 인정된 건강기능식품을 개인에 맞춰 처방해준다.

11년째 퇴행성 관절염을 앓다 지난해 9월부터 하비시트발트 클리닉에서 영양치료를 받고 있는 프리드만 슈탄게(73) 할아버지를 보자. 관절염 치료제인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와 함께 뉴질랜드산 홍합 추출물, 새우.게 껍질로 만든 글루코사민을 복용한 지 두달 후부터 "통증이 크게 줄었다"며 밝은 표정을 짓는다.

이 클리닉의 폴커 슈미델 박사는 "독일에선 관절염 환자에게 상담과 생화학 검사를 한 뒤 홍합 추출물.글루코사민 외에 소.상어 등 연골로 만든 콘드로이틴, 아보카도.콩기름으로 만든 ASU, 생선 기름.SAMe(S-아데노실 메티오닌) 등을 처방한다"고 말했다.

혈압.혈당도 조절=관절염과 함께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고혈압.당뇨병도 분자교정의학으로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역에서 고속철로 라인강을 따라 동쪽으로 3시간쯤 가면 에센대학 부속병원 통합의학센터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18일 이 병원에서 만난 50대의 게르트 그륀발트씨는 특별한 이유 없이 7년이나 고혈압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혈압강하제를 복용하면 혈압이 잘 떨어지긴 하지만 원인을 몰랐다"며 "6개월 전 이 병원에서 받은 생화학 검사에서 내 몸에 마그네슘이 특히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마그네슘을 계속 보충한 결과 혈압강하제 없이도 정상 혈압을 유지하고 있다.

이 병원 게오르크 슈판 박사는 "고혈압 환자에겐 홈비오텐션이란 건강기능식품을 주로 처방한다"며 "여러 가지 식물 추출물이 혼합된 이 식품을 하루 두세 알씩 한달쯤 먹으면 수축기(최고) 혈압이 10~15 정도 떨어진다"고 밝혔다. 13년째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엘리자베트(71) 할머니는 우리 몸의 미량 원소인 크롬과 알파-리포익산을 6개월째 복용하고 있다. 크롬을 하루 1㎎, 알파-리포익산을 6백㎎씩 복용하면 인슐린의 '혈당 낮추기'능력이 높아져 혈당을 잘 조절할 수 있다는 의사의 조언을 충실히 따른 것이다.

항산화제로 치매 예방=치매도 분자교정의학의 영역 안에 있다.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8월 프랑스 낭트의 풍루아 연구소를 찾았다. 이곳 파브리스 게이에르 소장은 "은행잎 추출물, 알파로이신, 소 뇌에서 추출한 포스타딜 세린 등이 인지기능을 높이고 치매를 예방한다"며 "모두 아드레날린.세로토닌 등 뇌 속에 있는 신경전달물질의 생성을 도와준다"고 조언했다. 특히 은행잎 추출물은 뇌에 쌓인 유해산소를 없애는 일종의 항산화물질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베타 카로틴.비타민 C.E 등 항산화 비타민, 플라보노이드.글루타치온.효모 추출물 등도 흔히 치매 예방약으로 처방한다.

국내에선=건강기능식품 가운데는 효과를 지나치게 과장해 광고하는 것이 많다. 유효 성분의 용량이 효과를 얻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도 있다. 또 건강기능식품이라 해서 모두 안전한 것도 아니다. 효과도 제품마다 다르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담한 뒤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가천의대 길병원 이성재 교수는 "대부분의 만성 질환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현대의학적 치료와 병행해 잘 선택하면 치료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며 "어디까지나 질병 치료를 보조할 뿐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니라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독일 카셀.에센, 프랑스 낭트=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다음 편에 이어지는 주제는 '온열 건강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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